자꾸만 뒷다리를 들고 걷는 아이, 단순 습관이 아니라 무릎 구조가 어긋나 있었을 수도 있다
산책 중 강아지가 갑자기 뒷다리 한 쪽을 들고 세 발로 걷거나, 일정 시간 후 다시 네 발로 정상적으로 걷는 모습을 반복하면 보호자는 처음에는 장난이나 일시적인 통증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소형견의 경우 이러한 행동이 흔하게 보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동작이 반복되거나 특정 각도에서만 다리를 이상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그건 단순한 습관이나 경련이 아니라, 다리 관절의 구조적 이상일 수 있다. 슬개골 이형성증은 무릎 앞쪽에 위치한 작은 뼈인 슬개골이 제자리에 있지 않거나, 뼈의 모양이 정상과 다르게 발달하여 무릎 관절 전체에 부담을 주는 희귀한 정형외과 질환이다. 단순 탈구와는 다르게, 이 질환은 선천적으로 뼈 구조나 인대 방향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경우로, 치료와 관리 접근이 전혀 다르다. 조기에 발견해 맞춤형 운동, 체중 관리, 그리고 필요시 수술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관절염과 통증이 심해져 보행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슬개골은 무릎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구조이며, 위치가 조금만 틀어져도 기능에 큰 영향을 준다
슬개골은 대퇴사두근의 힘줄에 포함되어 있는 작은 뼈로, 무릎 관절의 앞부분에 위치하며 대퇴골과 경골 사이에서 움직이는 중요한 축 역할을 한다. 이 뼈는 평소에는 대퇴골의 고랑(슬개골 활차) 위에 위치하면서, 다리가 굽혀지고 펴지는 과정에서 직선적으로 위아래로 움직이며 근육의 힘을 관절에 전달한다. 하지만 슬개골 이형성증이 있는 경우 이 뼈의 모양이 비정상적이거나, 대퇴골 고랑이 너무 얕거나, 고랑 자체가 비틀려 있거나, 인대가 바깥쪽 또는 안쪽으로 붙어 있어 슬개골이 정중앙을 벗어나 움직이게 된다. 이런 구조적인 이상은 다리의 기계적인 축을 무너뜨리고, 슬개골의 탈구를 반복시키거나 무릎을 굽히는 동작 자체를 비정상적으로 만든다.
이형성증은 보통 선천적으로 발생하며, 대부분의 경우 생후 수 개월부터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발생 빈도가 높은 품종은 포메라니안, 요크셔테리어, 푸들, 말티즈, 치와와, 페키니즈, 시추 등 소형견이며, 이들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관절 구조 자체가 약하게 형성되기도 한다. 대형견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빈도는 낮으며, 특히 성장기 동안 슬개골 고랑이 충분히 깊어지지 않거나 대퇴골이 과도하게 내측 또는 외측으로 회전한 경우에 발병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이형성증이 단순히 슬개골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퇴골, 경골, 인대, 근육축까지 모두 포함한 전체적인 관절 정렬 이상이라는 점이다.
보호자가 처음 감지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걸음걸이와 발 들기 동작이다
슬개골 이형성증의 가장 초기 증상은 걸을 때 다리를 들거나, 한쪽 다리를 잠깐 쓰지 않고 걷는 모습이다. 보호자는 이를 장난처럼 보거나, 소형견이 원래 이런 움직임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상 이런 보행은 슬개골이 고랑에서 벗어나 탈구되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반복적인 현상일 수 있다. 특히 평지에서는 정상처럼 걷다가 계단이나 경사진 곳에서 갑자기 다리를 들거나, 뛰려다 멈추는 동작이 반복된다면 슬개골 위치의 불안정을 강하게 시사한다.
또한 앉을 때 뒷다리를 바깥쪽으로 비트는 자세, 앉은 상태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 혹은 무릎을 구부릴 때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으로 움직이는 행동도 함께 나타난다. 증상이 진행되면 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이차적인 통증과 근육 위축이 동반되며, 다리 전체의 근력 저하와 연골 마모가 나타날 수 있다. 슬개골 이형성증이 양측에 나타나는 경우에는 보호자가 보행 이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걷는 방식이 이상해졌다고 느낄 때는 이미 상당한 진행 단계일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정기적인 정형외과 검진과 다리의 정렬 상태 확인은 특히 소형견에게 필수적이다.
슬개골 이형성증 진단은 정형외과적 촉진과 X-ray 분석이 핵심이며, 정렬 축 평가가 중요하다
슬개골 이형성증의 진단은 우선 촉진을 통해 이루어진다. 수의사는 강아지를 세운 상태와 눕힌 상태 모두에서 무릎을 구부리고 펴는 동작을 반복하며 슬개골이 정중앙 고랑 위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손가락으로 미세하게 움직였을 때 슬개골이 바깥이나 안쪽으로 쉽게 밀리는지를 체크한다. 이때 슬개골이 정렬을 벗어나도 강아지가 통증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호자는 증상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과 병기 평가를 위해 X-ray 촬영이 필수적으로 시행되며, 측면과 정면에서 무릎 관절의 정렬 상태, 대퇴골과 경골의 축, 슬개골 고랑의 깊이, 주변 연골 및 인대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중증인 경우 대퇴골의 비틀림이나 경골 회전, 관절면 경사각 등의 평가도 함께 진행되며, 필요시 CT나 3D 영상 촬영이 시행되기도 한다. 슬개골 이형성증은 병기 기준에 따라 1도부터 4도까지 분류되며, 병기가 높을수록 슬개골이 쉽게 탈구되고 자연 복구가 되지 않으며, 다리의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이형성증이 확인되면 수의사는 보행 분석과 관절가동범위 검사, 통증 반응 검사 등을 함께 진행하며, 어떤 치료 전략이 가장 적절할지 결정하게 된다. 이 질환은 시간이 지날수록 관절염을 유발하고 연골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단순 관리로는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으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슬개골 이형성증 치료는 병기에 따라 보존적 관리와 수술적 재건술로 나뉜다
슬개골 이형성증의 치료는 병기의 정도, 강아지의 연령, 활동량, 근육 상태에 따라 크게 나뉜다. 1도에서 2도 사이의 경증 이형성증의 경우에는 체중 조절과 물리치료, 관절 보호 보조제, 정기적인 근력 강화 운동 등으로 증상 완화와 진행 억제가 가능하다. 특히 체중이 늘어날수록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증가하므로, 저칼로리 식단과 규칙적인 산책을 통한 체중 조절이 가장 기본적인 관리 전략이 된다. 또한 유연성 있는 관절과 충분한 근육 지지력을 만들기 위해 수중 러닝머신이나 재활 훈련이 병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병기가 3도 이상으로 진행되었거나, 슬개골이 지속적으로 탈구되고 자가복구가 되지 않으며, 보행 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외과적 교정이 필요하다. 수술 방법은 슬개골 고랑을 깊게 만드는 활차 성형술, 인대의 방향을 조정하는 경골 결절 이식술, 관절 캡슐을 조이는 봉합술, 대퇴골 교정 절골술 등 다양한 방식이 병합되어 시행된다. 수술 후 회복 기간 동안에는 절대 안정과 통증 관리가 중요하며, 점진적인 재활을 통해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수술을 받았더라도 관리가 부족하면 재발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반대쪽 다리로 하중이 집중되면서 새롭게 이형성증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양측 관절의 상태를 항상 함께 모니터링해야 한다. 슬개골 이형성증은 단순한 탈구보다 더 복합적인 병태를 가지며, 장기적인 관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적 관리가 병행되어야 하는 구조적 질환이라는 점을 보호자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치료 성공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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