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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희귀 질병

반려견의 희귀 간 질환 ‘담즙 정체성 간염(Cholestatic Hepatitis)’의 증상과 식이 조절

피부가 노랗게 변하거나 간 수치가 높다는 말만 들었다면, 간 내부의 담즙 흐름을 의심해야 한다

강아지가 특별히 식욕이 없거나, 토하거나, 복부를 만졌을 때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보호자는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식중독, 혹은 위염을 의심하기 쉽다. 하지만 동시에 눈의 흰자나 잇몸이 누렇게 보이고, 혈액검사에서 간 수치가 상승했다는 말을 듣는다면 보호자는 단순 간염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간에 염증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간 내부 또는 간과 장기를 연결하는 담즙의 흐름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겨있다면 상황은 더 복잡하고,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담즙 정체성 간염은 간 내부의 담즙 흐름이 막히거나 느려지면서 담즙이 축적되고, 그 독성이 간세포를 손상시키며 염증을 유발하는 희귀한 간 질환이다. 이 질환은 단순히 간세포의 이상뿐 아니라, 담즙 생성과 배출의 모든 과정에 병리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 모두 복잡하며, 식이 조절과 함께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보호자가 피로와 황달, 식욕부진이라는 흔한 증상만 보고 이 병의 복합성을 놓친다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으므로, 의심되는 순간 빠르게 정확한 진단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견 희귀 간 질환 담즙 정체성 간염 Cholestatic Hepatitis 증상 식이 조절

담즙은 단순한 소화액이 아니라 간 기능과 직결된 대사 체계다

담즙은 간에서 생성되어 담도를 통해 장으로 분비되는 중요한 소화액으로, 지방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담즙은 단순한 소화 기능만이 아니라, 체내 콜레스테롤, 독성 물질, 호르몬 대사물 등을 배출하는 경로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담즙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않고 간 내부에 고이게 되면 담즙산과 빌리루빈, 기타 대사 부산물이 간세포를 손상시키는 독성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이를 담즙 정체라 하며, 이로 인해 간세포에 염증이 유발되는 상태가 바로 담즙 정체성 간염이다.

이 질환은 담도계의 물리적 폐색에 의한 폐쇄성 담즙 정체와, 간세포 기능 저하나 대사 이상으로 인해 담즙 분비 자체가 억제되는 비폐쇄성 담즙 정체로 나뉘며,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간 내 담관의 염증, 담석, 종양, 기생충, 간세포 내 미세담관 이상, 특정 약물에 대한 독성 반응, 자가면역 간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특정 품종에서는 유전적 간 담도 이상이 선천적으로 존재하기도 하며, 웨스트하이랜드화이트테리어, 시추, 코커 스패니엘, 라사압소, 요크셔테리어 등에서 간담도 관련 질환이 자주 보고되고 있다. 담즙 정체성 간염은 단일한 간질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간과 담도, 대사 경로 전체가 동시에 이상을 보이는 복합 질환이다.

강아지 보호자가 처음 눈치채는 증상은 황달과 식욕 저하다

담즙 정체성 간염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식욕 저하와 무기력이다. 보호자는 강아지가 예전보다 사료를 잘 먹지 않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먼저 눈치채게 된다. 동시에 배변이 불규칙해지거나, 구토를 동반할 수 있으며, 복부를 만졌을 때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몸을 움츠리는 행동이 나타난다면 간과 담도의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황달로, 눈 흰자나 잇몸, 피부가 누렇게 변하고, 소변 색이 진한 오렌지색 혹은 갈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처럼 빌리루빈이 혈액 내에 축적되면 점막 색부터 바뀌며, 간세포 손상의 진행 속도와 연관되어 그 정도가 심해진다.

피부에 가려움증이 동반되거나, 몸을 자주 긁는 행동이 관찰되기도 하며, 이는 담즙산이 축적되며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복부가 부풀어 오르거나, 간이 확대되어 촉진되는 경우도 있으며, 드물게는 발열이나 미열이 지속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다른 간 질환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이기 때문에, 담즙 정체성 간염은 정확한 영상 및 생화학 검사가 병행되었을 때에만 진단이 가능하다. 보호자는 간 수치가 상승했다는 결과만 듣고 안심하지 말고, 그 상승 원인이 담즙 흐름의 문제인지까지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담즙 정체성 간염 진단은 혈액 검사와 초음파를 통한 담도 구조 확인이 핵심이다

담즙 정체성 간염의 진단은 혈액 검사를 통해 간 수치를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질환에서 가장 특이적으로 상승하는 수치는 ALP와 GGT로, 이는 담도와 관련된 간세포 효소들이다. ALT와 AST도 상승할 수 있지만, 이는 간세포 손상 일반에 반응하는 수치로, 담즙 정체성 간염의 진단적 민감도는 낮다. 총 빌리루빈 수치의 상승은 담즙 정체의 직접적 결과이며,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거나, 알부민이 감소하는 경우도 자주 나타난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복부 초음파 검사가 시행되며, 간의 구조적 변화, 담관 확장, 담낭의 크기와 형태, 담석 존재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담도가 확장되었거나 담낭벽이 두꺼워져 있다면 물리적 폐색의 가능성이 높고, 담즙 찌꺼기나 침전물이 관찰될 경우 염증성 담낭염 또는 담도염을 의심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담도 내시경 또는 정밀 CT 촬영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간생검이 추천되기도 한다. 이 질환은 원인과 형태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생화학 수치와 영상 소견, 증상, 병력 등 모든 정보를 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임상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담즙 정체성 간염 치료는 원인 제거와 담즙 흐름 개선, 식이 조절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담즙 정체성 간염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통적으로 담즙 흐름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심이 된다. 먼저 담관이 물리적으로 막혀 있다면 외과적으로 제거하거나 배액해야 하며, 담도염이 있다면 광범위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 기생충 감염이 원인이라면 구충제 치료가 우선시되며, 간세포 자체의 기능 저하가 주된 경우에는 간 보호제와 항염증제를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약물로는 우르소데옥시콜산이 있으며, 이는 담즙산의 흐름을 촉진하고 담즙산의 독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또 S-아데노실메티오닌(SAMe), 실리마린 등 항산화 간 보호제가 병행되며, 염증 조절을 위해 단기 스테로이드가 사용되기도 한다.

식이 조절은 치료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이다. 고지방 식단은 담즙 분비를 과도하게 유도하고 담낭의 수축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저지방 고소화성 식단이 추천된다. 간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저단백 처방식으로 간성 뇌증 예방을 병행하며, 간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가용성 영양소 중심의 사료로 전환해야 한다. 수분 섭취를 늘리고, 적은 양을 자주 나누어 급여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며, 식이섬유 보충이나 프로바이오틱스를 통한 장내 대사 보조도 도움이 된다.

회복기에는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초음파 모니터링을 통해 간 수치와 담도 구조의 변화를 추적해야 하며, 재발을 막기 위해 간에 독성을 줄 수 있는 약물, 영양제, 간식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담즙 정체성 간염은 단일 장기 질환이 아닌 전체 대사 흐름의 이상으로 이해해야 하며, 간단한 수치 변화가 아닌 전반적인 상태 변화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보호자의 꾸준한 관찰과 식이·약물 관리의 일관성이 장기 예후를 결정짓는 핵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