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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희귀 질병

반려견의 자가면역 질환 ‘면역 매개성 용혈성 빈혈(IMHA)’의 조기 발견과 치료 전략

갑작스럽게 잇몸이 하얘지고, 숨이 가빠진다면 내부에서는 면역 체계가 자신을 공격하고 있을 수 있다

강아지가 평소보다 유난히 지쳐 보이고, 산책을 나가도 금세 멈춰 서며, 사료를 남기거나 자꾸 눕기만 하는 모습을 보이면 보호자는 피곤하거나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며칠 이상 지속되면서 잇몸이 창백해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복부가 불룩해지는 모습까지 동반된다면 단순한 컨디션 저하나 장염 같은 흔한 질환이 아닌 심각한 혈액 질환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면역 매개성 용혈성 빈혈(IMHA, Immune-Mediated Hemolytic Anemia)은 강아지의 면역 체계가 자기 자신의 적혈구를 공격해 파괴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발병 시 체내 산소 운반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급성 질환이다. 특히 증상이 초반에는 피로, 식욕 저하 같은 일반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보호자가 질병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으며, 초기 대응이 늦어질 경우 회복률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 질환은 빠르고 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짧은 시간 내에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정확한 치료 전략이 생사를 좌우하게 된다.

반려견의 자가면역 질환 면역 매개성 용혈성 빈혈 IMHA 조기 발견

IMHA는 적혈구를 적으로 인식해 파괴하는 면역 반응이다

강아지의 면역 체계는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을 식별하고 공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자가면역 질환에서는 이 면역 체계가 자신의 세포를 적으로 오인하고 공격하게 되는데, IMHA는 그 대상이 적혈구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 세포로, 이 세포가 파괴되면 체내 산소 공급이 급격히 떨어지고, 모든 장기와 조직이 기능 저하에 빠지게 된다. IMHA에서는 면역 세포가 적혈구 표면에 부착해 파괴하거나, 비장에서 과도하게 제거함으로써 급격한 빈혈 상태를 초래하며, 그로 인해 호흡 곤란, 무기력, 심박수 증가, 황달, 복수 등 다양한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 질환은 원인에 따라 원발성과 속발성으로 나뉜다. 원발성은 명확한 유발 요인 없이 발생하는 자가면역성 형태로, 일반적으로 유전적 소인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커 스패니엘, 잉글리시 스프링거 스패니엘, 푸들, 비숑, 올드 잉글리시 쉽독, 콜리, 아이리시 세터, 라사압소, 다쉬훈트, 비글 등에서 비교적 높은 빈도로 보고되고 있다. 속발성은 감염, 종양, 약물, 백신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면역 체계가 혼란을 일으켜 적혈구를 공격하는 경우로, 바베시아 감염, 레프토스피라증, 특정 항생제나 항경련제 사용 후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고, 동반 질환 여부를 감별하는 것이 진단과 치료에서 매우 중요하다.

눈으로 보이는 첫 징후는 창백한 점막과 갑작스러운 무기력

IMHA의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은 갑작스럽고 심각한 무기력이다. 강아지가 사료를 먹지 않고, 잠만 자려 하며, 산책 도중 걷다가 주저앉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보호자가 잇몸이나 혀를 확인하면 평소보다 창백하거나 희게 보이는데, 이는 혈중 적혈구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점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도 흔히 동반되며, 적혈구가 파괴되며 방출되는 빌리루빈이 간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혈액에 축적되는 현상이다. 복부가 단단하게 만져지거나, 비장이 부어 있는 경우도 있으며, 복수가 차면서 배가 점점 불룩해질 수 있다.

심장박동이 평소보다 빠르거나, 호흡수가 증가하고 얕은 숨을 쉬는 모습도 자주 나타난다. 심한 경우 체온이 내려가고,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쇼크 상태로 진행되기도 하며, 이때는 응급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소변색이 진한 갈색으로 변하거나, 혈뇨가 나타나는 경우는 적혈구가 급격히 파괴되며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으로, 근육 손상이나 간 손상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일부 개체는 처음에 증상이 매우 경미하게 시작되어 단순 식욕 부진으로 오해되기도 하며, 진단이 늦어져 심각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는 일상적인 변화 속에서도 강아지의 눈빛, 호흡, 혀 색, 걷는 속도 같은 지표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면역 매개성 용혈성 빈혈 진단은 혈액 수치 분석과 면역계 마커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IMHA의 진단은 기본적인 혈액검사로 시작되며, 가장 결정적인 지표는 적혈구 수, 헤마토크릿(HCT), 헤모글로빈 수치의 감소이다. 특히 갑작스럽고 심한 빈혈이 관찰될 경우, 자가면역성 원인을 강하게 의심하게 된다. 이와 함께 망상적혈구 수치가 증가해 있는 경우는 골수에서 이를 보상하려는 반응으로, 급성 용혈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혈액 도말 검사에서는 구형 적혈구(spherocytes), 적혈구 응집(agglutination), 미세혈전 등의 소견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IMHA에 특이적인 변화로 해석된다.

보다 정밀한 검사를 위해 직접 항글로불린 테스트(Coombs test)가 사용되며, 이 검사는 적혈구 표면에 항체가 붙어 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자가면역 반응의 존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는 빌리루빈 상승, 간수치 증가, 고글로불린혈증 등이 동반되며, 초음파 검사에서는 비장과 간의 크기 변화, 복수 유무 등을 확인한다. 필요시 바베시아 감염, 레프토스피라 감염, 에를리키아 감염 등을 배제하기 위한 감염성 질환 PCR 검사도 시행되며, 백신이나 약물 이력, 종양 스크리닝도 병행해야 한다.

이 질환은 빠른 진행이 특징이므로, 진단 과정에서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수의사는 수치 해석과 병력 분석을 통해 빠르게 자가면역성 빈혈로 의심하고, 항체 억제 치료와 수혈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보호자는 혈액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맥락 속에서 변화 양상을 파악하고 치료 반응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면역 매개성 용혈성 빈혈 치료는 면역 억제와 수혈, 응급관리의 삼박자가 관건이다

IMHA 치료의 핵심은 자가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급격히 떨어진 적혈구 수치를 보충해 산소 공급을 안정시키는 데 있다. 가장 먼저 사용되는 약물은 프레드니솔론이나 덱사메타손 같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계열의 면역 억제제이며, 이들은 항체 생성을 억제하고 적혈구의 파괴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경우에 따라 아자티오프린, 사이클로스포린, 마이코페놀레이트 같은 2차 면역억제제가 병행되며, 이는 중증이거나 스테로이드 단독 반응이 미흡한 경우에 선택된다.

수혈은 적혈구 수치가 임계점 이하로 떨어졌거나 호흡 곤란이 심할 때 즉각적으로 시행되며, 이때는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교차 시험을 통한 적합 혈액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산화 방지제, 항산화 보조제, 혈액 점도 감소 약물 등이 병행되기도 하며, 항응고제 투여를 통해 혈전 형성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IMHA 환자에서 폐혈전색전증은 주요 사망 원인이기 때문에, 항응고 전략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회복기에는 약물 용량을 천천히 줄이면서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생화학 수치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보호자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영양 보충을 도와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백신, 특정 약물, 감염 위험 요인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IMHA는 치료에 반응이 좋을 수도 있고, 반대로 매우 급격하게 악화될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진 질환이므로,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과 수의사와의 긴밀한 협력이 장기적인 예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