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요관 기형, 훈련을 해도 소변을 참지 못한다면, 행동이 아니라 해부학의 문제일 수 있다
강아지가 배변 훈련을 잘 따르지 않거나, 소변을 제자리에서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 실수를 반복한다면 대부분의 보호자는 교육 문제나 보호자의 일관성 부족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어린 강아지가 자주 소변을 지린다면 “아직 어리니까”라며 넘기기 쉽고, 반대로 성견이 계속 실수를 한다면 행동 문제나 불안 증세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차례 훈련을 반복해도 소변 실수가 줄지 않고, 자는 중에 팬티나 침대가 젖어 있다거나, 산책 후에도 계속 요실금이 이어진다면 단순한 습관이나 행동의 문제가 아닌 비뇨기계의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선천성 요관 기형(Ectopic ureter)’**은 강아지의 요관이 방광이 아닌 다른 부위로 잘못 연결되어 태어나는 해부학적 이상으로, 배뇨 행동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소변이 흘러나오게 되는 희귀 질환이다. 이 질환은 보호자의 오해를 가장 많이 받는 질환 중 하나로, 질책이나 교육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으며, 외과적 개입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조기 발견이 되지 않으면 만성 방광염, 요도 염증, 신장 손상까지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증상의 패턴을 정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선천성 요관 기형은 소변이 ‘어디로 흐르는가’의 문제다
요관은 신장에서 생성된 소변이 방광으로 이동하는 통로이다. 정상적인 해부 구조에서는 두 개의 요관이 각각 신장에서 시작되어 방광 뒤쪽의 벽을 통과해 방광 내로 연결되고, 이후 소변은 일정량이 모이면 요도를 통해 배출된다. 하지만 선천성 요관 기형이 있는 강아지의 경우, 요관이 방광이 아닌 질, 요도, 질 입구, 전정, 심지어는 자궁으로 잘못 연결되어 있다. 이로 인해 방광에 소변이 저장되지 않고, 소변이 요관을 타고 곧바로 외부로 누출되며, 강아지는 소변이 새는 것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이 기형은 주로 선천적으로 발생하며, 암컷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견된다. 이는 암컷의 해부학 구조가 요관의 비정상적 연결을 수용하기 더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며, 일부 품종에서는 유전적 소인까지 관찰된다. 골든 리트리버, 래브라도 리트리버, 시베리안 허스키, 웨스트하이랜드화이트테리어, 미니어처 푸들 등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수컷에서도 드물게 나타날 수 있으나 빈도는 훨씬 낮다. 또한 단일 요관만 기형인 경우도 있고, 양쪽 요관 모두 이상 위치에 연결된 경우도 있어, 증상의 정도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보호자가 인식해야 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 질환은 ‘훈련 부족’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잘못된 연결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선천성 요관 기형 가장 흔한 증상은 무의식적 요실금과 반복되는 방광염
선천성 요관 기형의 가장 전형적인 증상은 강아지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소변을 흘리는 것이다. 보호자는 처음엔 단순히 실수라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런 소변 누출은 특정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자는 동안, 누워 있다가 일어났을 때, 잠깐 흥분했을 때, 혹은 아무런 이유 없이 항문 주변이나 음문 주위가 젖어 있는 경우 등이다. 특히 소변 냄새가 자주 나고, 엉덩이 부위 피부에 염증이 생기거나 자극성 피부염이 생긴다면 반복적으로 소변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보호자는 실내배변 훈련을 시도해도 효과가 없고, 혼을 내거나 간식을 활용한 보상 교육을 반복하지만 증상은 개선되지 않는다. 이는 강아지가 인지하지 못한 채 소변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행동 교정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이 질환은 요로 감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상적인 배뇨 시스템에서는 소변이 방광에 저장되고 일정 주기로 전량이 배출되지만, 요관 기형이 있는 경우 소변이 방광 이외의 위치에 고이거나 흐름이 역류하면서 세균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그 결과 방광염, 질염, 신우신염 등 다양한 요로 감염이 반복되며, 이는 악취, 혈뇨, 통증성 배뇨, 구토, 무기력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심한 경우, 신장까지 손상되어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요실금 증상 외에 반복적인 방광염, 요로감염 이력이 있다면 해부학적 기형 여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선천성 요관 기형 진단은 정밀한 영상 검사와 해부학적 위치 분석이 필수
선천성 요관 기형은 단순한 소변 검사나 혈액검사로는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정밀 영상 진단이 필수적이다. 우선 초음파 검사로 요관의 경로와 신장, 방광 상태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요관이 방광 외 구조로 흘러가는 것이 관찰되면 기형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초음파만으로는 요관의 말단 부착 위치까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CT조영술(전산화단층촬영 + 조영제 주입) 또는 **전산화 비뇨조영술(CT Urography)**이 권장된다. 이 검사는 조영제를 정맥 주입한 뒤 요관을 따라 이동하는 소변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촬영함으로써, 요관이 정확히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방광경(Urethrocystoscopy)이라는 내시경을 항문 또는 질을 통해 삽입해 방광 내부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이 방법은 마취가 필요하지만, 직접 육안으로 요관의 유입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진단 정확도가 높다. 일부 병원에서는 핵의학적 요관 스캔이나 역행성 조영술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요관의 위치뿐만 아니라, 방광과 신장의 기능적 상태, 염증 여부, 기형이 단일인지 양측인지까지 함께 평가해야 수술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진단 단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내과 및 외과 전문 수의사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선천성 요관 기형 수술이 유일한 근본 해결책이며, 이후 관리가 예후를 결정한다
선천성 요관 기형의 치료는 기본적으로 외과적 재건술이 유일한 근본 해결책이다. 수술 방법은 기형 요관을 절제하고 정상적인 위치로 재부착하는 ‘요관 재이식술(Ureteral Reimplantation)’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 수술은 방광 벽에 새로운 유입 구멍을 만들고 요관을 해당 위치에 연결한 후 누출을 방지하도록 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우에 따라 요관이 매우 얇거나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요관 스텐트 삽입, 피하요관우회술(SUB), 요관 절제 및 신장 절제 등 더 복잡한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일부 병원에서 내시경적 레이저 절개를 통한 비침습 수술도 시도되고 있으며, 특히 단일 외측 기형의 경우 좋은 예후를 보이고 있다. 수술 이후에는 수 주간 소변 누출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방광 조절 능력이 회복되며, 요실금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된다. 단, 수술이 성공해도 신장 기능이 이미 저하된 경우라면 평생 신장 관리와 수의사의 정기적인 추적 진료가 필수적이다.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수술 전후 방광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며, 보호자는 항생제 복용 기간과 소변 상태를 세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수술 후 관리로는 저염·저단백 식이, 신장 보호 보조제, 수분 섭취 유도, 규칙적인 산책과 배뇨 패턴 유지 등이 권장된다. 정기적인 소변 검사와 신장 수치 확인을 통해 감염이나 기능 저하 여부를 조기에 확인하고, 특히 여성 강아지의 경우 요도 주변 피부 염증 관리도 함께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이 질환을 행동 문제가 아닌 정확히 교정 가능한 해부학적 문제로 인식하고, 조기 진단과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서 아이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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