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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희귀 질병

강아지의 유전성 면역 질환 ‘백혈구 부착결핍증(CD18 결핍증)’과 진단 전략

백혈구 부착결핍증 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 감염, 그 뒤에 숨은 면역계의 구조적 결함

강아지가 자꾸 감기에 걸리는 듯한 증상을 보이고, 피부에 상처가 쉽게 생기며 잘 낫지 않거나, 잇몸이나 입 안의 염증이 반복된다면 많은 보호자들은 체력이 약한 아이, 혹은 면역력이 떨어진 강아지로 인식하곤 한다. 항생제를 투여해도 반응이 없고, 염증이 자주 재발하며 상처 회복 속도가 지나치게 느린 경우에는 단순한 감염 문제가 아니라, 체내 면역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백혈구 부착결핍증(Leukocyte Adhesion Deficiency, LAD)’은 강아지에게 드물게 나타나는 유전성 면역 질환으로, 말 그대로 백혈구가 세균을 공격하기 위한 위치로 이동하거나 부착하지 못하는 병리적인 이상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일반적인 면역 저하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백혈구의 수가 정상이어도 기능 자체가 무력화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체를 방어하는 능력이 사실상 없는 상태가 된다. 특히 CD18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개체는 이 부착 기능이 결정적으로 손상되며, 사소한 염증조차 치명적인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호자가 이 질환을 조기에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 감염으로 오해할 경우, 반복되는 실패 치료와 악화된 예후를 경험하게 되므로, 의심 단계에서부터 구조적 면역 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강아지의 유전성 면역 질환 백혈구 부착결핍증 CD18 결핍증 진단 전략

백혈구 부착은 면역의 시작이며, 그 실패는 전신 감염으로 이어진다

면역 시스템에서 백혈구는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1차 방어세포이다. 일반적인 감염 상황에서는 백혈구가 혈류를 통해 감염 부위로 이동하고, 혈관 내벽에 부착하여 세포 외부로 빠져나간 뒤, 병원균을 직접 포식하거나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백혈구 부착결핍증은 이러한 과정 중 ‘부착’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백혈구가 감염 부위로 접근하더라도 혈관 내에만 머무르며 조직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병리 구조를 가진다. 이때 백혈구의 외막에 존재해야 할 CD18 단백질 복합체가 결핍되거나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부착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 결과 백혈구는 수적으로 충분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감염 부위는 그대로 무방비 상태로 남게 된다.

이러한 병리적 구조는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감염처럼 보이기 때문에 진단이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피부에 생긴 농양이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고 계속 고름을 형성하거나, 잇몸에 염증이 반복되며 출혈이 심해지고, 구내염이 낫지 않는 경우 보호자 입장에서는 “면역이 떨어졌다”거나 “약이 안 듣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CD18 결핍증은 애초에 면역 반응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면역 강화제나 항생제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며, 지속적인 감염이 이어지면 결국 패혈증이나 전신 염증 반응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이 병은 치료보다도 조기 인지와 정확한 진단이 생존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백혈구 부착결핍증 주로 어떤 품종에서 나타나며, 언제부터 의심해야 하는가

백혈구 부착결핍증은 유전적으로 CD18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가진 개체에게서 발생하며, 이 유전자는 대부분 열성 유전 형태를 가지므로 부모 양쪽 모두로부터 유전자 이상을 물려받은 개체에서만 발현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보고된 품종은 아이리시 세터이며, 이후 보더 콜리, 저먼 셰퍼드, 래브라도 리트리버, 그리고 일부 테리어 계열 품종에서도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혼혈견이나 일반 반려견에서도 간헐적으로 유사 증상이 관찰되고 있어, 품종에 관계없이 비정상적인 감염 반응을 보이는 경우 면역 유전 질환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보통 증상은 생후 수 주에서 수 개월 사이에 처음 관찰되며, 주로 잦은 호흡기 감염, 구강 내 궤양, 장염, 피부 감염, 상처 회복 지연 등으로 시작된다. 특히 생후 6개월 이전에 잇몸 염증이나 치주염이 자주 나타나고, 치료 후에도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잇몸 문제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백혈구 기능 저하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또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오히려 매우 높게 나오는 반면 염증이 심하게 남아 있는 경우, 즉 백혈구는 많은데 염증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 패턴은 이 병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다. 보호자는 단순히 증상의 반복 여부가 아닌 ‘치료 반응의 실패’에 주목해야 하며, 감염이 쉽게 퍼지고 잘 낫지 않는다는 점에 집중해 진단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백혈구 부착결핍증 진단은 유전자 검사와 면역기능 분석을 병행해야 정확하다

백혈구 부착결핍증의 진단은 단순한 감염성 질환과 구분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전문적인 유전자 분석 또는 면역세포 기능 평가가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진단 방법은 CD18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PCR 기반 유전자 검사이며, 이를 통해 확정적인 결핍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일부 대형 동물병원이나 유전자 진단 기관에서는 해당 검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아이리시 세터나 감염에 취약한 개체의 경우 사전 스크리닝을 통해 질환 발병 여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전자 검사는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도 시행 가능하므로, 해당 품종을 분양하거나 교배 전에 부모 개체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면 유전병 확산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또한 백혈구 기능 분석을 위한 flow cytometry 기반 검사도 진단에 활용된다. 이 방법은 백혈구의 부착 능력, 이동 능력, 활성화 반응 등을 직접 측정함으로써 기능상의 이상 유무를 평가할 수 있으며, 백혈구 수치와 무관하게 ‘기능 부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매우 유용하다. 기본적인 혈액검사에서도 백혈구 증가증과 함께 고감마글로불린혈증, CRP 상승, ESR 상승 등 염증 지표의 극단적 증가가 관찰되며, 이는 면역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방어 작용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임을 시사한다. 보호자는 단순 감염 증상만을 보고 약물만 반복하기보다는, 정밀 면역 검사를 통해 기능 자체의 이상 유무를 명확히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백혈구 부착결핍증 치료는 한계가 있지만, 조기 관리로 생존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CD18 결핍증은 현재까지 완치 가능한 치료법은 없으며, 치료는 감염을 최대한 억제하고 면역계를 안정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된 치료는 반복적인 광범위 항생제 투여와 항진균제 사용이며, 감염 위험이 높은 환경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생활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피부 자극을 줄이며, 정기적인 혈액 검사와 염증 수치 모니터링을 통해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부 사례에서는 면역조절제나 골수이식, 조혈줄기세포 이식 등의 실험적 치료가 시도되었으나, 고비용과 부작용 위험, 성공률 등의 문제로 인해 상용화된 치료법은 아직 없다.

실제로 이 질환을 가진 강아지의 평균 생존 기간은 증상 발현 시점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생후 6개월 이전에 확진되고 적극적인 관리가 시작된 경우 상대적으로 긴 생존 기간을 유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질병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갖고, 감염을 예방하는 환경을 꾸준히 유지하며, 증상이 보일 때마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또한 이 병은 가족력과 유전적 패턴을 따르기 때문에, 교배 전 유전자 검사와 고위험 개체에 대한 사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보호자의 조기 인식과 장기적인 관리 의지가 생명 연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