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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희귀 질병

강아지의 유전성 근골격계 질환 ‘척추 이형성증’ 증상 및 조기 발견법

허리가 약한 개라고만 보기엔, 너무 이른 나이부터 시작된 변화들, 척추 이형성증

강아지가 뒷다리를 자주 벌리거나 주저앉는 모습을 보일 때, 많은 보호자들은 단순히 자세가 안 좋다거나 체중이 무거워져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대형견일수록 이러한 움직임을 "크니까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실제로 통증이 없거나 활동성도 유지되고 있다면 아무런 의심 없이 지나치게 된다. 하지만 생후 몇 개월에서 1~2세 사이의 어린 개체에서 이러한 보행 이상, 자세 변화, 근력 저하, 또는 통증 없는 주저앉음 현상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자세 문제나 성장통이 아니라 선천적인 척추 이상, 특히 ‘척추 이형성증(Vertebral Dysplasia)’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징후일 수 있다. 이 질환은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일부 품종에서 높은 유전 확률을 가지며, 뼈의 성장 이상으로 인해 척추 구조가 불완전하게 형성되어 신경 압박 또는 척수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진행성 질환이다. 문제는 이 질병이 관절 질환처럼 외형적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으며, 통증보다 기능 저하가 먼저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되지 않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결국 보호자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정확한 판단만이 척추 이형성증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된다.

척추 이형성증이란 무엇이며, 어떤 품종에서 주의해야 하는가

척추 이형성증은 말 그대로 척추뼈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거나 비정상적인 형태로 자라는 유전성 근골격계 질환이다. 이 질환은 척추체가 좌우 대칭적으로 성장하지 않거나, 특정 마디에서 성장판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척추가 휘거나 비틀어지고, 그 결과 척수나 신경근이 압박되는 구조적 이상을 만든다. 척추는 단순히 몸을 지지하는 역할뿐 아니라, 몸 전체의 운동 신경과 감각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이기 때문에 이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 단순히 허리가 아픈 것을 넘어 사지의 운동 이상, 반사신경 저하, 장기 기능 저하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척추 이형성증은 대부분 출생 시부터 그 구조가 잘못 형성되며, 생후 수개월 내에 비정상적인 보행 패턴, 비대칭적인 골격 구조, 또는 뒷다리의 근력 저하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것이 골절이나 염증처럼 갑작스럽게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기능이 저하되고 보행 패턴에 미묘한 이상이 누적되면서 점점 악화되는 질환이라는 점이다.

유전적으로는 일부 특정 품종에서 발생 위험이 높으며, 프렌치 불도그, 잉글리시 불도그, 퍼그, 보스턴 테리어 같은 단두종뿐 아니라 저먼 셰퍼드, 골든 리트리버, 코커 스패니엘, 웰시 코기, 시추, 도베르만, 닥스훈트, 래브라도 리트리버 등의 품종에서도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프렌치 불도그나 퍼그 같은 품종은 선천적으로 척추가 똑바로 형성되지 않고 S자 형태나 나선형으로 휘어져 자라는 ‘나비 모양 척추(butterfly vertebrae)’ 또는 ‘블록형 척추(block vertebrae)’가 발생하기 쉬운데, 이러한 이상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성장 과정 중 서서히 임상 증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품종을 분양받거나 입양한 경우에는 생후 6개월 이전부터 관찰을 시작해야 하며, 단순히 외형만 보고 건강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척추 이형성증 초기 증상은 미묘하지만 분명하게 나타난다

척추 이형성증의 초기 증상은 대부분 보호자의 눈에 띄지 않거나, 피곤함이나 자세 문제로 착각될 정도로 미묘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는 특정 자세에서만 다리를 떠는 모습, 주저앉을 때 허리를 비틀거나 다리를 뒤로 펴는 자세, 일어날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행동, 계단을 오를 때 비정상적으로 몸을 낮추거나 점프 동작을 회피하는 행동 등이 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런 행동들이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기 쉽고, 강아지가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지 않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병의 특징은 뼈 자체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근육이나 관절을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더 명확해지고 일상생활에 제한이 발생한다.

좀 더 병이 진행되면 뒷다리의 움직임이 비대칭이 되거나, 좌우 보행 패턴이 달라지는 등의 이상이 나타나며, 특정 시간 이후 걷기를 거부하거나, 산책 중 갑자기 주저앉고 일어서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일부 개체에서는 꼬리 움직임이 줄어들거나 항문 주위 근육이 약해지면서 배변 자세가 흔들리는 증상도 나타나는데, 이는 이미 신경 압박이 척수 말단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뒷다리의 근육이 점점 얇아지면서 보행 자체가 불안정해지고, 척추에서 들리는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강아지가 순간적으로 놀라거나 움찔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변화들은 하나하나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모두 연결해서 보면 척추의 구조 이상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다.

척추 이형성증 진단은 전문 영상 장비와 정밀 평가로 이루어진다

척추 이형성증은 단순한 엑스레이 촬영만으로 진단이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이유는 척추의 변형이 단면적으로는 잘 보이지 않거나, 성장 초기에 뼈 구조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단의 기본은 측면 및 전후면 X-ray 촬영을 통한 척추 배열의 확인이며, 척추체 간 간격, 척추 관절의 정렬 상태, 그리고 척추체의 모양 변형 여부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X-ray 상에서 비정상적인 척추체의 밀도 감소, 이중 그림자, 블록화, 나비 모양 분할 등이 관찰되면 척추 이형성증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척수의 압박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CT나 MRI 촬영이 필요하며, 특히 증상이 있지만 X-ray 상에서 구조 이상이 뚜렷하지 않을 경우에는 반드시 MRI 검사가 권장된다.

MRI를 통해 신경근 압박, 척수 부종, 추간판 돌출, 척수 주위 염증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진단뿐 아니라 수술 여부나 예후 예측에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보호자가 이해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이 병이 단순히 통증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하는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영상 검사 결과가 경미해 보여도 실제 증상과 병행해서 평가해야 하며, 강아지의 보행 영상이나 증상 일지 등을 수의사에게 제공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수의사는 임상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반사 신경, 감각 신경, 보행 자세, 근력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외과 수술 또는 보존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척추 이형성증 치료는 조기 대응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척추 이형성증의 치료는 해당 부위의 변형 정도와 신경 압박의 심각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변형이 심하지 않고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운동 제한, 항염증제 처방, 관절 보조제 및 신경 영양제를 병행하는 보존적 치료로 관리할 수 있다. 운동 제한은 계단, 점프,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 등을 피하도록 하며,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하고, 침대나 소파 위로의 오르내림을 방지하는 환경 조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수의사의 지시에 따라 도수 재활 치료, 수중 러닝머신, 저주파 자극 등 물리치료가 병행되면 근육 위축을 예방하면서 통증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신경 압박이 심하거나 증상이 반복되며 악화되는 경우, 수술적 교정이 필요할 수 있다. 대표적인 수술은 변형된 척추체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나사 고정술 또는 추간판 제거술이며, 수술 후에는 장기간의 회복과 물리 치료가 필수적이다. 수술을 고려하는 경우에는 MRI로 정확한 압박 위치와 주변 구조를 미리 파악해야 하며, 수술 경험이 풍부한 정형외과 수의사에게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 이후에도 환경 관리와 정기적 영상 모니터링이 지속되어야 하며, 강아지가 느끼는 불편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자의 관심과 배려가 회복의 핵심 요소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병이 조기에 발견되고 관리되면 평생 통증 없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초기에 무시되면 평생 거동 불편, 대소변 실금, 신경 마비 등 심각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보호자는 강아지의 걸음걸이와 자세 변화를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말고, 작고 반복되는 이상 행동 속에서 질병의 신호를 먼저 알아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