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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희귀 질병

반려견의 희귀 혈액 응고 장애 ‘폰 빌레브란트병(von Willebrand’s Disease)’의 증상과 응급 대처

작은 상처에도 피가 멈추지 않는다면, 혈액 응고 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을 의심해야 한다

강아지가 놀다가 발톱이 부러졌거나 입가가 살짝 찢어졌을 때 출혈이 평소보다 오래 지속된다면, 보호자는 일단 강아지가 평소보다 예민하거나 상처 부위가 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처의 크기에 비해 출혈이 과도하거나, 멈췄던 피가 다시 스멀스멀 나오는 모습을 반복해서 목격하게 된다면 단순한 외상이 아니라 내부의 혈액 응고 기능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폰 빌레브란트병은 강아지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선천성 혈액 응고 장애로, 혈소판이 상처 부위에 달라붙고 혈관을 막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인 폰 빌레브란트 인자(von Willebrand factor)가 결핍되거나 비정상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출혈이 조절되지 않는 질환이다. 이 병은 초기에 매우 경미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보호자가 인식하지 못한 채 수년간 지나기도 하며, 중성화 수술이나 사고 등으로 인한 외상 상황에서야 처음으로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강아지가 반복적인 코피, 잇몸 출혈, 혈뇨, 지나치게 많은 생리혈 등을 보인다면 조기에 혈액 응고 시스템 전체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견의 희귀 혈액 응고 장애 폰 빌레브란트병 von Willebrand’s Disease

폰 빌레브란트 인자는 응고의 첫 단계에서 혈소판이 출혈 부위에 부착하도록 돕는 핵심 물질이다

혈액 응고는 단순히 피가 응고되는 과정이 아니라, 매우 복잡한 생화학적 단계와 다양한 단백질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그 중 폰 빌레브란트 인자는 상처가 발생했을 때 혈관 내피세포에서 분비되어 혈소판이 손상 부위에 달라붙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단백질은 응고 인자 VIII과도 결합해 혈액 응고 반응을 강화하는 작용을 하며, 사실상 출혈 조절의 시작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인자가 결핍되거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혈소판은 출혈 부위에 달라붙지 못하고, 응고 인자 VIII도 안정되지 않아 응고 체계가 느려지거나 실패하게 된다.

폰 빌레브란트병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제1형은 가장 흔하며 폰 빌레브란트 인자의 양이 전체적으로 부족한 경우, 제2형은 양은 있지만 기능이 저하된 경우, 제3형은 아예 인자가 없는 심각한 형태다. 대부분의 반려견은 제1형에 해당하며, 중등도의 출혈 성향을 보인다. 이 질환은 유전성으로 발생하며, 도베르만 핀셔가 대표적으로 고위험 품종이며, 그 외에도 골든 리트리버, 웰시 코기, 시베리안 허스키, 스탠다드 푸들, 맨체스터 테리어, 아이라운드 울프하운드, 스코티시 테리어 등에서 빈도가 높게 보고되고 있다. 보호자가 품종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조기에 의심하고 진단을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처음 나타나는 출혈은 잇몸, 코, 발톱 주변 같은 작은 부위에서 시작된다

폰 빌레브란트병의 초기 증상은 매우 경미하고 일상 속에서 쉽게 간과되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하게는 이가 빠지는 시기나, 발톱이 부러졌을 때, 혹은 작은 상처를 입었을 때 피가 멈추지 않거나 다시 나오는 상황에서 처음 의심하게 된다. 잇몸에서 자주 피가 나고, 사료를 씹을 때 핏물이 묻어나오거나, 코피가 간헐적으로 발생한다면 출혈성 질환의 전형적인 징후일 수 있다. 또한 보호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경미한 내출혈이 발생해 혈뇨, 혈변, 혹은 멍처럼 보이는 피하출혈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컷의 경우 포경 부위, 암컷의 경우 생리 중 과도한 출혈이 관찰되기도 하며, 중성화 수술이나 치과 스케일링, 발치 같은 일반적인 처치 중에 출혈이 과도하게 지속되어 처음으로 병의 존재가 확인되기도 한다. 보호자가 관찰하는 입장에서는 해당 부위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혈액 내 응고 체계의 결함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조기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제1형의 경우 증상이 경미해서 평소에는 거의 문제가 없다가, 수술이나 사고 등 출혈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폰 빌레브란트병 진단은 혈액 응고 시간, 인자 정량, 유전자 검사까지 병행해야 확실해진다

폰 빌레브란트병의 진단은 기본적인 혈액검사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반드시 특수 혈액 응고 검사와 분자유전학적 검사가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혈소판 수가 정상이거나 다소 증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혈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전형적인 초기 징후이다. 전혈 응고 시간(Buccal Mucosal Bleeding Time, BMBT) 테스트를 통해 잇몸의 점막을 절개했을 때 출혈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측정하며, 이 수치가 기준치 이상으로 길 경우 응고 결함을 의심하게 된다.

가장 결정적인 진단은 폰 빌레브란트 인자(vWF)의 혈중 농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혈장 내 단백질 농도가 기준치보다 낮거나 기능적 이상이 있는 경우 확진된다. 또한 인자 VIII 수치가 함께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동시에 측정해 응고계의 전반적인 상태를 평가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기능 검사와 면역분석을 병행하며, 궁극적으로는 DNA 검사로 특정 유전자 변이를 확인함으로써 유전적 진단이 가능하다. 도베르만이나 특정 테리어 품종에서는 이미 알려진 돌연변이가 존재하므로, 가족력이 있거나 해당 품종이라면 조기에 유전자 검사를 권장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단이 내려졌다면, 앞으로 수술 계획이나 응급 상황에서의 처치 방식이 기존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하므로, 의료 기록에 이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며 보호자도 이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폰 빌레브란트병 응급상황 대비와 생활 속 출혈 예방이 핵심이며, 수술 전 준비가 생명을 지킨다

폰 빌레브란트병의 치료는 질병의 유형과 출혈의 심각도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출혈을 예방하고, 응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경증인 경우 특별한 약물치료 없이도 평생 큰 문제 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으나, 수술이나 외상 시에는 반드시 적절한 처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은 데스모프레신(DDAVP)으로, 일시적으로 vWF의 분비를 증가시켜 응고 기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 약물은 수술 전이나 출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예방적으로 투여되며, 효과는 1~2일 지속된다. 그러나 제3형이나 중증 제2형의 경우에는 반응이 없을 수 있으므로, 수혈이 필요할 수 있다.

수혈 시에는 신선한 동종 혈장 또는 전혈이 사용되며, 특히 vWF와 응고 인자 VIII을 포함한 혈장 성분이 중요하다. 일부 병원에서는 미리 혈장 제제를 확보하거나, 자체 혈액은행을 통해 필요한 경우 빠르게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기도 한다. 보호자는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면 최소 1~2주 전에는 혈액 응고 기능 검사를 완료해야 하며, 응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 복용 여부도 미리 수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일상적인 관리로는 절대적인 출혈 예방이 중요하다. 단단한 장난감, 날카로운 바닥, 발톱 과도한 손질, 격한 운동 등은 피해야 하며, 잇몸 출혈이 반복될 경우 치석 제거나 치주 치료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중성화 수술, 발치, 혹 제거, 조직검사 등 모든 침습적 처치 전에는 vWF 상태를 반드시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폰 빌레브란트병은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응고 시스템에 대한 이해, 생활 습관 관리가 병행된다면 충분히 안전하고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보호자는 강아지가 반복적으로 경미한 출혈을 보일 때 단순 외상이 아닌 응고계의 문제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인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