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가 이상하거나 잘 놀지 않는다면, 심장의 구조부터 점검해야 한다
강아지가 겉보기에는 건강해 보이는데도 자주 숨을 헐떡이거나, 산책 중에 쉽게 지치고 활동량이 줄어든다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체력이 약한 아이, 혹은 무더운 날씨나 나른한 컨디션 때문이라고 여기기 쉽다. 특히 강아지가 선천성 심장 질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대부분 상상조차 하지 않으며, 그보다 더 일반적인 감기나 기관지 문제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아지의 심장이 태어날 때부터 구조적으로 잘못 형성되어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체력 문제나 일시적인 증상이 아니라 점점 진행되는 치명적인 문제의 시작일 수 있다. ‘선천성 심방 중격 결손(ASD, Atrial Septal Defect)’은 심장의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를 나누는 중격에 구멍이 존재하여 혈액이 비정상적으로 흐르는 희귀 심장 질환으로, 그 자체로는 출생 직후에는 무증상일 수 있으나 성장하면서 심각한 순환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 질환은 심부전, 폐고혈압, 호흡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생존율과 삶의 질 모두에 큰 영향을 준다.
선천성 심방 중격 결손 ASD는 심장 내벽의 ‘문’이 닫히지 않은 상태다
심장은 네 개의 방으로 구성된 펌프 기관으로, 좌우 심방과 심실이 혈액을 순환시키는 핵심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개체는 태어나면서 폐호흡을 시작함과 동시에 심방 중격의 모든 구멍이 막히고 좌심방과 우심방이 완전한 벽으로 구분되지만, ASD가 있는 강아지의 경우에는 이 중격에 하나 이상의 구멍이 남아있게 된다. 이 구멍을 통해 좌심방의 산소가 풍부한 혈액이 우심방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며, 이로 인해 폐동맥으로 가는 혈류가 과도하게 증가하고 폐혈관에 지속적인 부담이 가해진다.
이러한 혈류의 비정상적 이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심방과 우심실의 비대, 폐동맥 고혈압, 그리고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고 성장에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심장이 점점 부담을 받으면서 기능이 떨어지고, 운동 중 쉽게 호흡이 가빠지거나, 심하면 기절하는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ASD는 발생 부위에 따라 ‘정상 심방 중격 내 구멍’인 제2공형 ASD와, 정맥이 들어오는 위치와 가까운 ‘정맥동형 ASD’ 등으로 분류되며, 구멍의 크기와 위치, 동반 기형 여부에 따라 임상 경과가 매우 달라진다. 특히 다른 선천성 심장질환과 함께 발생할 경우 예후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선천성 심방 중격 결손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활동성 저하와 비정상적인 호흡
ASD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호흡기 이상과 활동성 저하이다. 강아지가 예전보다 덜 뛰거나, 산책을 나갔을 때 쉽게 헐떡이며 앉아 쉬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단순한 기분이나 날씨 탓이 아니라 심장 기능의 이상일 수 있다. 특히 어린 강아지가 별다른 이유 없이 운동을 피하려 하고, 뛰는 도중 쉽게 멈춰 서거나, 잠이 많고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를 단순 성장 과정으로 넘기지 말고 정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중요한 신호는 기침 또는 거친 숨소리이다. 폐로 가는 혈류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폐혈관에 압박이 가해지고, 이로 인해 폐포가 부풀며 기침을 유발하거나 기관을 눌러 호흡 시 거친 소리를 유발하게 된다.
증상이 진행되면 복부 팽만, 체중 증가 없이 배가 불룩해지는 현상, 그리고 청색증(혀나 잇몸이 푸르게 변색) 같은 순환기 장애의 징후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청진 시 심장 잡음(murmur)이 감지되며, 이것은 혈류가 비정상적으로 흐를 때 발생하는 마찰음으로 수의사에게 강력한 단서가 된다. 일부 강아지에서는 복부에 물이 차는 복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때는 심장 우측이 부담을 받아 전신 혈액이 정체되는 ‘우심부전’의 징후로 해석된다. 보호자가 놓치기 쉬운 것은 이 병의 증상이 때로는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되는 완만한 진행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아무 이상이 없어 보여도 정기적인 심장 검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선천성 심방 중격 결손 진단은 심장 초음파와 도플러 검사가 핵심이다
ASD의 진단은 전문 심장 진단 장비를 통해 이루어지며,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는 흉부 방사선 촬영(X-ray)과 심장 초음파(Echocardiography)이다. X-ray에서는 우심방, 우심실의 비대 여부, 폐혈관의 확장, 폐 고혈압의 간접 징후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심장이 일반적인 형태보다 커 보인다면 심부전의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진단은 초음파, 특히 도플러 초음파(Doppler echocardiography)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검사는 심장 내 혈류의 방향과 속도, 압력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심방 중격을 통한 좌→우 션트(혈액의 이동)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초음파에서 혈류가 한 방향으로만 강하게 흐르는 것이 확인되면 ASD 확진이 가능하며, 혈류 압력의 차이(PG 값)를 통해 질환의 중증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이차적인 폐고혈압이나 심장 비대가 있는지도 함께 평가하며, 경우에 따라 심전도, 혈액검사, 심장 바이오마커(BNP, Troponin 등)를 병행해 다른 심질환과의 감별 진단이 이루어진다. 보호자는 “심장이 크다”는 말만 듣고 단순히 노령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인 초음파 결과를 통해 구조적 기형인지, 후천적 비대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선천성 심방 중격 결손 치료는 수술이 가능할 경우 완치가 가능하지만, 조건이 중요하다
ASD의 치료는 그 구조적 특성상 약물만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며,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수술 방법은 심장 내 중격의 결손을 막아주는 패치 폐쇄술 또는 기구 폐쇄술(occluder device)이며, 일부 병원에서는 풍선 확장형 폐쇄 장치를 이용한 중재적 시술도 시행되고 있다. 이 수술은 결손 부위를 막아 좌우심방 간의 비정상적인 혈류 이동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수술 후에는 심장 구조와 기능이 상당히 회복될 수 있다. 다만 수술의 가능 여부는 결손의 위치, 크기, 주변 혈관 상태, 강아지의 체중과 심장 크기에 따라 달라지며, 모든 ASD가 수술 적응증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통해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증상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관리하게 된다. 주로 사용하는 약물로는 이뇨제, ACE 억제제, 폐고혈압 조절제, 강심제 등이 있으며, 폐혈압과 심박수를 안정시키고 부종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식이 조절과 저염식, 충분한 수분 섭취, 스트레스 최소화, 적절한 운동 제한 등도 병행해야 한다. 수술을 받은 경우에도 일정 기간 동안 약물 유지가 필요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심장 초음파 및 청진을 통한 정기적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정확한 판독이다. ASD는 조기에 발견되면 예후가 매우 좋으며, 구조적 문제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무증상 상태로 수술 없이도 장기간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진단이 늦어지면 심부전, 폐고혈압, 전신 저산소증으로 악화되며,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진입하게 된다. 보호자는 강아지가 특별한 이유 없이 기운이 없고, 호흡이 빠르며, 운동을 피하거나 성장 속도가 느릴 때 단순 성격이나 컨디션 탓으로 넘기지 말고, 심장의 구조부터 확인해보는 것이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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