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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희귀 질병

강아지 간질과 다른 희귀 신경계 질환 비교 – 놓치면 안 되는 결정적 차이들

강아지 간질 단순한 ‘발작’으로 넘기기엔 너무 많은 병이 숨어 있다

강아지가 갑자기 몸을 떨거나 바닥에 쓰러지고, 침을 흘리거나 눈이 뒤집히는 모습을 보이면 보호자는 큰 충격을 받는다. 대부분의 경우 수의사는 “간질 발작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지만, 보호자는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다른 병과 구별되는지 알지 못한다. 실제로 강아지의 발작 증상은 간질 외에도 다양한 희귀 신경계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각각의 원인과 예후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중추신경계 염증, 뇌종양, 간성 뇌증, 대사성 질환, 유전성 뇌질환 등이 발작과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없이 섣불리 간질로 단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 글에서는 강아지 간질(특발성 간질)을 중심으로,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희귀 신경계 질환들과의 결정적인 차이, 그리고 보호자가 증상만으로도 구별할 수 있는 주요 포인트를 알기 쉽게 정리하였다. 단 하나의 오진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기에, 보호자의 이해와 빠른 판단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강아지 간질 희귀 신경계 질환 비교 결정적 차이

 

강아지 간질이란 무엇인가 – 뇌 이상 없이 반복되는 신경 과흥분

강아지 간질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특발성 간질(Idiopathic epilepsy)이며, 둘째는 증상성 간질(Symptomatic epilepsy)이다.
특발성 간질은 뇌의 구조적 이상이나 외부 질병 없이, 뇌 신경세포의 전기적 과흥분으로 인해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이며, 유전적 원인이 강한 경우가 많다. 보통 생후 6개월~5세 사이에 첫 증상이 나타나며, 대표적인 발작 양상은 다음과 같다:

  • 전신 경련
  • 사지 뻣뻣하게 펴짐
  • 턱을 덜덜 떨거나 입을 챱챱거리며 침 흘림
  • 대소변 실금

1~3분 내 자연 회복
이 외에 발작 전후로 멍한 모습이나 눈동자 떨림, 방향감각 상실이 나타나는 ‘전조 및 회복기’가 있는 것도 특발성 간질의 특징이다. 반면, 증상성 간질은 뇌염, 종양, 외상, 뇌혈관 문제 등 구조적인 뇌 질환이 원인이다. 간질은 발작이 일정 패턴을 가지고 반복되며,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수준에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진단 기준은 ‘발작 외에는 완전히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가’이다. 그렇지 않다면, 간질 외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강아지 간질 뇌염성 질환 – 염증이 만드는 발작은 조용히 퍼진다

발작이 반복된다고 해서 무조건 간질은 아니다. 특히 중추신경계 염증성 질환(GME, NME, NLE) 등은 발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면서도 진행성이 강하고 치명적이다. 이런 질환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발작 빈도가 점차 증가함
  • 한쪽 몸만 마비되거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짐
  • 균형감각 상실, 안구 떨림, 구토 동반
  • 발작 후 혼란이 매우 오래 지속되며,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음

    특히 소형견에서 자주 발병하는 자가면역성 뇌염(GME/NME)은 젊은 나이에 급격히 진행되며, 조기 발견이 생사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 보호자는 단순 발작이 아닌, 비정상적인 행동·의식 변화·감각 이상이 동반될 경우 반드시 자가면역 뇌질환을 의심하고 정밀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런 질환은 대부분 MRI + CSF 검사(뇌척수액 분석)로 확진하며,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중심으로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회복기가 없고 점점 악화된다’는 것은 간질과 가장 큰 차이다.

 

강아지 간질 간성 뇌증과 대사성 신경질환 – 내부 장기 문제로 인한 신경이상

간질과 가장 혼동되기 쉬운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간성 뇌증(hepatic encephalopathy)이다. 이는 간문맥단락증(PSS) 같은 선천성 간 이상 또는 중증 간질환에 의해, 암모니아와 독소가 뇌에 영향을 주며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식사 후 발작 또는 혼미 상태 발생
  • 발작 전 식욕 감소, 구토, 설사, 체중 감소 동반
  • 혈액검사에서 ALT/AST 수치보다 암모니아, 담즙산 수치 이상이 선행됨

반복적인 발작보다 간헐적인 혼수 상태, 무기력, 비틀거림이 더 많음. 간성 뇌증은 항경련제만으로는 치료되지 않으며, 반드시 식이요법(저단백 사료), 락툴로오스, 항생제 등 간 기능 개선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또한 전해질 이상(저칼슘, 저혈당)이나 요독증, 저산소증 등의 대사성 질환에서도 유사한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발작 이전에 탈수, 식욕 저하, 급격한 컨디션 변화, 수분 섭취 이상이 먼저 나타난다. 따라서 보호자는 발작 자체보다 발작 전후의 몸 상태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결정적 힌트가 된다.

 

강아지 간질 뇌종양과 선천성 신경질환 – 진행의 속도가 다르다

나이가 든 강아지에게 갑작스럽게 발작 증상이 나타났다면 뇌종양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뇌종양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이전까지 아무 문제가 없다가 7세 이상 노령견에서 발작이 시작됨
  • 발작이 점점 잦아지고, 다른 신경 증상(시력 저하, 보행 장애, 안면근 비대칭)이 동반
  • MRI 상 정확한 종괴 병변 확인 가능
  • 항경련제로 일시적 완화는 가능하지만 근본적 원인 제거 없이는 점차 악화됨
    또한 일부 선천성 신경 질환(예: 리소좀 축적병, 수초이상증)은 소형견에서 생후 몇 개월 만에 시작되는 만성 신경 퇴행으로, 초기에는 발작만 보이다가 점차 보행 이상, 안구 떨림, 인지 저하로 이어진다. 이 경우 항경련제 치료 반응이 낮으며, 진행을 늦추는 것 외에 치료가 어렵다.
    결정적 차이점은 간질은 비교적 긴 회복기와 패턴화된 발작, 뇌종양은 점차 증상이 다양해지고 반응성이 낮아지는 진행성 병변이라는 점이다.

 

간질이 맞는지 아닌지, 보호자가 제일 먼저 의심해야 한다

강아지의 발작은 모두 간질이 아니다. 그리고 간질도 단일 질병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원인을 가진 복합적 증후군이다. 보호자가 중요한 것은 발작 전후에 어떤 행동 변화가 있었는지, 회복 속도는 어떤지, 다른 이상 증상은 없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발작 = 간질’이라는 단정은 너무 위험하다. 간질은 평생 관리할 수 있는 병이지만, 간성 뇌증이나 뇌염, 종양은 생명을 위협하는 병일 수 있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경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감별이 중요하다. 결국 보호자는 발작을 목격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세부 증상, 시간, 회복 상태를 기록하고 전달해야 한다. 빠르게 의심하고 정확하게 감별하는 것, 그것이 반려견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