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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희귀 질병

강아지 희귀 유전병 ‘폴리뉴로파시’란 무엇인가?

발을 헛디디고 자주 넘어지는 강아지, 관절이 아니라 신경의 문제일 수 있다

강아지가 평소보다 자주 주저앉거나, 걸을 때 뒷다리가 떨리고, 발을 헛디디는 모습을 보인다면 많은 보호자들은 이를 관절 문제나 슬개골 탈구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반복적이고 점점 심해진다면, 단순한 근골격계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 특히 걸음걸이가 점점 이상해지고, 균형을 잃고, 근육이 위축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반드시 의심해야 할 질환이 있다. 그것이 바로 강아지 희귀 유전성 질환인 폴리뉴로파시(Polyneuropathy)이다. 이 질환은 말초신경계에 광범위한 이상이 발생하여, 운동 기능과 감각 기능을 동시에 손상시키는 신경계 질환으로, 특히 대형견 품종에서 유전적으로 보고되는 경우가 많다. ‘잘 못 걷는다’, ‘힘이 없다’는 단편적인 표현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이 질환은,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으면 진행성 마비, 보행 불능, 호흡 부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폴리뉴로파시의 정의, 발생 품종, 주요 증상, 진단법, 그리고 장기 관리 전략까지 다각도로 설명하여 보호자가 실질적으로 질병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강아지 희귀 유전병 폴리뉴로파시

 

폴리뉴로파시란 무엇인가 – 말초신경 전체에 영향을 주는 희귀 질환

폴리뉴로파시는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이라는 의미로, 운동신경, 감각신경, 자율신경 등 말초신경계 전반에 비정상적인 기능 저하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즉, 강아지의 뇌와 척수는 멀쩡하지만, 그 신호를 몸으로 전달하는 신경선 자체가 망가지면서 근육의 움직임과 감각이 왜곡되는 것이다. 이 질환은 크게 선천성(유전성)과 후천성으로 나뉘며, 특히 선천성 유전 질환으로 보고되는 경우는 특정 품종에서 집단적으로 발병한다. 대표적으로 래브라도 리트리버, 알래스칸 맬러뮤트, 달마시안, 시베리안 허스키, 세인트 버나드, 보르조이 등 대형견 종에서 2세 이하의 젊은 개체에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폴리뉴로파시는 단일한 원인보다는 신경 수초(myelin sheath)의 손상, 축삭(axon)의 퇴화, 혹은 신경말단의 비정상적인 대사 이상 등 다양한 병리적 원인으로 인해 나타난다. 이 질환은 진행이 느릴 수도, 빠를 수도 있으며, 초기 증상이 애매하고 진단이 어려워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진행되면 결국 보행 불가, 호흡곤란, 심부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폴리뉴로파시 주요 증상 – ‘걷기 이상’에서 ‘숨쉬기 이상’까지

폴리뉴로파시는 말초신경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운동 기능 저하 + 감각 이상 + 자율신경 이상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 보행 시 발끝이 끌리는 듯한 움직임(드래깅)
  • 뒤뚱거리며 걷거나 비틀거리며 주저앉음
  • 앉거나 일어날 때 시간이 오래 걸림, 다리에 힘이 없음
    이후 진행되면 다음과 같은 더 심각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 후지(뒷다리)의 심한 근육 위축
  • 발을 바닥에 끌거나 발등으로 디디는 비정상적 걸음
  • 배뇨, 배변 실금
  • 침 흘림, 연하곤란(삼키는 기능 이상)

호흡 시 흉부 근육 저하로 인한 헐떡임 또는 무호흡 간헐 발생
보호자는 이 질환을 ‘슬개골 탈구’나 ‘디스크 문제’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폴리뉴로파시는 기계적 문제(관절, 뼈)가 아닌 신경 자체의 기능 이상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특히 강아지가 소리를 인식하는데도 반응이 둔해지거나, 발을 만져도 감각이 없는 듯 무반응일 때는 신경계 이상을 강력하게 의심해야 한다. 증상이 진행될수록 강아지는 움직임을 피하고, 호흡마저 힘들어하며, 체온 조절이 어렵고, 신경 반사도 사라지는 전신 마비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폴리뉴로파시 진단은 고난이도 – 유전자 검사와 신경전도검사로 확정

폴리뉴로파시의 진단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일반적인 X-ray나 혈액검사로는 절대 확인이 불가능하며, 정밀 신경학적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진단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신경학적 검사: 강아지의 보행 분석, 반사신경 테스트, 통증 감지 반응 등을 통해 신경 기능을 평가
  2. 신경전도검사(EMG/NCS): 말초신경의 전기신호 전달 속도와 근전도를 분석해 이상 유무 판단
  3. MRI 또는 CT: 중추신경계 병변을 배제하기 위한 보조 진단
  4. 유전자 검사: 래브라도, 맬러뮤트, 보르조이 등은 돌연변이 유전자(예: NDRG1) 검사를 통해 선천성 폴리뉴로파시 여부 확진 가능

근육·신경 조직 생검: 가장 정확한 진단법이나, 고가이며 마취가 필요한 고위험 검사
진단을 받기까지 수주가 걸릴 수 있으며, 초기에는 ‘원인 불명의 운동장애’로 기록되는 경우도 흔하다. 보호자는 조기에 정밀검사를 요청하고, 정형외과 질환이 아닌 신경계 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유전 질환이 확인되면, 같은 부모의 다른 자견에게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유전자 상담이 필요하다.

 

폴리뉴로파시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후 관리 – 재활과 환경 최적화가 핵심

폴리뉴로파시는 현재로서는 완치 가능한 치료법이 없다. 치료의 목적은 증상 완화와 진행 지연, 그리고 삶의 질 유지다. 기본적인 관리 방향은 다음과 같다:

  • 운동 제한 + 수의사 감독하에 재활치료(수중 러닝머신, 마사지, 전기 자극 등)
  • 말초신경 회복 보조제(비타민 B 복합체, 알파리포산, 카르니틴 등) 병행
  • 고단백·고지방·저탄수화물 식이요법
  • 미끄러지지 않는 환경 조성(매트, 보조 하네스, 휠체어 등)

배뇨배변 보조 및 욕창 예방 위한 패드·포지셔닝 도구 활용
특히 호흡 곤란이나 삼킴 장애가 있는 경우, 기도 흡입성 폐렴이나 질식의 위험이 있으므로 전문적인 모니터링이 필수다. 일부 보호자는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지만, 유전성 폴리뉴로파시는 자가면역성 질환과 달라 면역 억제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보호자 중심의 장기적이고 세심한 생활관리가 유일한 해답이다. 조기 진단 후 올바른 재활 계획과 환경 조성이 병행되면, 강아지는 수년간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

 

폴리뉴로파시, 걷는 방식이 곧 신경 건강의 신호다 – 걸음걸이를 관찰하자

강아지가 걷는 모습, 일어서는 자세, 계단을 오르는 태도—all of these are neurological clues. 폴리뉴로파시는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보호자가 관절 문제로 오해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위험한 병이다. 신경계 질환은 증상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인식하는 능력이 보호자의 가장 큰 무기다. 걷는 모습이 이상하거나 다리 떨림이 반복된다면, 가장 먼저 정형외과가 아닌 신경 전문 진단을 고려해야 한다. 이 질환은 치료보다 관리와 인식의 싸움이다. 조기에 정확하게 알고 대응하면, 비록 유전병이라도 충분히 존엄하고 안정적인 삶을 선물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