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죽음의 병’이라 불리는 이유, 보호자는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
강아지가 갑자기 기운이 없고, 식욕도 줄며, 평소와 달리 불안해하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때, 대부분의 보호자는 이를 단순한 컨디션 난조나 소화 불량으로 여긴다. 하지만 일부 경우, 이처럼 일상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증상 뒤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내분비계 질환이 숨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부신기능저하증(Addison's Disease)이다. 이 병은 강아지의 부신에서 코르티솔과 알도스테론 같은 생존에 필수적인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며,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 자체가 붕괴되는 질환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쇼크 증상, 저혈당, 저나트륨, 고칼륨 등의 전해질 이상이 급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렵다. 이 글에서는 부신기능저하증의 발병 원인, 주요 증상, 진단 절차, 치료 및 관리 방법까지 포괄적으로 설명하여, 보호자가 이 치명적인 희귀 질환을 조기에 알아채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강아지 부신기능저하증이란 무엇인가 – 강아지 몸속 호르몬 시스템의 붕괴
부신기능저하증은 강아지의 부신(adrenal gland)이라는 작은 내분비 기관에서 생성되는 부신피질호르몬이 부족해지는 질환이다. 이 호르몬들은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 염분·수분 균형, 혈압 조절, 혈당 조절 등 여러 필수 생리 기능을 담당한다. 이 질환은 크게 1차성(부신 자체의 문제), 2차성(뇌하수체의 ACTH 분비 이상), 그리고 드물게 이차성 약물 유발성(Addisonian crisis)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유형은 1차성으로, 자가면역 반응이나 부신 파괴(감염, 혈전 등)에 의해 발생한다. 이 질환은 노령견보다는 2~6세 사이의 젊은 개체에서 주로 발병하며, 푸들, 웰시코기, 푸미, 포르투갈 워터도그, 노르웨이 엘크하운드 등 특정 품종에서 유전적 경향이 보고되어 있다. 문제는 이 병이 처음에는 단순 무기력, 피로감, 구토 등 소화기 증상으로 시작되며,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다양한 장기 기능 이상이 뒤따르게 된다는 점이다. 호르몬 부족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신체는 작은 자극에도 크게 무너지는 상태로 빠르게 진행된다.
강아지 보호자가 가장 많이 놓치는 증상 – ‘평범한 하루처럼 보인다’
부신기능저하증의 가장 무서운 점은 증상이 매우 비특이적이며, 초기에 반복적인 경미한 이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보호자는 보통 다음과 같은 증상을 처음 목격하게 된다:
- 활동성이 줄고 산책을 싫어함
- 구토나 묽은 설사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남
- 식욕이 들쭉날쭉하고 체중이 조금 줄어듦
이러한 증상들은 일반적으로 위염, 소화불량, 혹은 날씨에 따른 기분 변화로 치부된다. 그러나 Addison’s Disease의 진행이 일정 선을 넘어서면 급성 쇼크 증상(Addisonian crisis)이 발생한다. 이때는 급격한 탈수, 구토, 저체온, 저혈압, 심박수 저하, 무반응 상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다. 중요한 단서는 스트레스를 받은 직후 증상이 악화되거나,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도 회복이 더딘 경우이다. 특히 소금기 있는 음식을 유난히 탐내거나, 물을 과하게 마시는 행동도 부신기능저하증의 간접적 신호일 수 있다.
강아지 부신기능저하증 진단은 어렵고 섬세하며, 감별 진단이 핵심이다
이 질환은 혈액검사만으로는 명확하게 진단되지 않으며, 종종 기저질환이나 장염으로 오인되기 쉽다. 기본적인 혈액검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지표가 관찰된다:
-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
- 고칼륨혈증(Hyperkalemia)
혈당 저하, 백혈구 분포 이상, 저혈압
이러한 수치만으로는 부신기능저하증을 확진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ACTH 자극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 이 검사는 인위적으로 ACTH를 투여한 후, 부신에서 코르티솔 분비 반응이 있는지를 측정하여 진단을 내린다. 코르티솔 수치가 낮게 유지되면 Addison’s로 판단한다. 또한, 심전도 검사에서는 고칼륨에 의한 P파 소실, QRS 연장, 심박수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혈압 측정 시 비정상적으로 낮은 혈압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감별해야 할 질환으로는 만성 위장염, 당뇨병, 심부전, 쿠싱증후군 등이 있으며, 진단 경험이 부족한 병원에서는 오진 가능성도 존재한다. 희귀한 질환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2차 의료기관 또는 수의대 부속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아지 부신기능저하증 치료는 평생 지속된다 – 하지만 관리만 잘하면 정상적인 삶도 가능하다
부신기능저하증의 치료는 부족한 호르몬을 외부에서 평생 보충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약물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프레드니솔론)와 미네랄코르티코이드(플루도코르티손, 또는 DOCP 주사)다. 프레드니솔론은 매일 복용하는 약제이며, DOCP는 4주마다 1회 주사로 보충하는 방식이다. 초기 치료 시에는 전해질 수치, 체온, 심박수, 혈압 등 모든 생리 수치를 밀착 관찰해야 하며, 응급 쇼크 상태에서는 링거 수액과 스테로이드 정맥 투여로 빠르게 조절해야 한다. 관리에 성공하면 Addison’s는 완치할 수는 없지만, 예후가 매우 좋은 질환이다. 대부분의 강아지는 정상적인 식사와 활동, 산책, 놀이가 가능하며, 다만 스트레스가 예상되는 상황(병원, 이사, 미용 등)에서는 약 복용량을 일시적으로 조절해야 할 수 있다. 보호자는 약 복용 시간, 복용 여부 체크, 수치 변화 기록 등을 습관화하고, 정기적인 혈액검사(3~6개월 주기)를 통해 안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한 번 치료 루틴이 정착되면, 강아지는 건강한 평범한 반려생활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강아지 부신기능저하증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더 치명적인 병’을 의심할 줄 아는 보호자가 되자
부신기능저하증은 흔한 병이 아니다. 하지만 증상이 워낙 모호하고, 다른 질환과 너무 많이 겹치기 때문에 보호자가 먼저 의심하지 않으면 결코 진단되지 않는다. 조기에 진단하면 평생 관리로 충분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쇼크 이후 발견된다면 이미 심각한 합병증과 후유증이 동반될 수 있다. 반려견이 반복적으로 무기력하거나, 구토나 설사가 잦거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상 반응을 보인다면 절대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보호자가 의심하지 않으면 수의사도 찾아낼 수 없다. 평범해 보이는 증상 속에 내분비계가 무너지고 있는 위험을 먼저 알아보는 것, 그것이 반려견의 생명을 지켜내는 첫 번째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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