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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희귀 질병

반려견 희귀 질환 ‘선천성 간 발육부전(Hepatic Hypoplasia)’의 증상과 관리

피로하고 먹는 양에 비해 크지 않는 강아지

강아지가 또래보다 작고 허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식욕이 들쑥날쑥하거나, 활동성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보호자는 보통 성장 속도 차이나 성격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어린 강아지의 경우 잠을 많이 자고 활력이 낮아도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도 기력이 돌아오지 않고 반복적으로 무기력, 구토,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이어진다면 그 이면의 구조적 이상을 살펴봐야 한다. 선천성 간 발육부전은 간 조직이 태어날 때부터 정상보다 작고 미성숙한 상태로 존재하는 질환으로, 대사와 해독, 소화 등 여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전신 피로, 성장 지연, 혈액 이상, 신경학적 문제까지 동반될 수 있으며, 조기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간 기능의 점진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간이 작다는 것이 단순히 몸이 작다는 것은 아니다. 강아지의 기초 대사기관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것이며, 이 경우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반려견 희귀 질환 선천성 간 발육부전 증상 관리

원인과 발생 과정

간 발육부전은 간세포 수의 절대적인 감소 또는 간엽의 미성숙, 간 혈관 구조의 이상, 세포분화 실패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간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이 질환은 태생기 간 발달 단계에서 세포 분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혈관공급이 충분치 않아 조직이 성장을 멈춘 경우에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출생 전부터 존재하는 선천성 기형으로 분류된다.

간은 단백질 대사, 약물 및 독소 해독, 담즙 생산, 혈당 조절, 혈액 응고因자 합성 등 전신 기능과 밀접하게 연결된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그 크기가 충분치 않거나 조직이 미성숙하면 생후 수개월 내에 다양한 임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혈류가 간을 우회하는 간문맥전신단락(PSS)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미세혈관 이형성(MVD)이라는 미세 간혈관 기형과 함께 발견되기도 한다.

이 질환은 유전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며, 요크셔테리어, 시추, 말티즈, 웨스트하이랜드 화이트 테리어, 푸들, 파피용, 치와와 등에서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다. 일부 품종은 간의 혈관 기형 및 발육 이상에 대한 유전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번식 라인에서 여러 마리에게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출생 후 수개월 안에 증상이 시작되며, 간이 작다는 진단은 초음파 및 혈액검사상 특징적인 소견을 통해 이루어진다.

주요 증상

가장 두드러지는 초기 증상은 전반적인 성장 지연이다. 다른 강아지들과 같은 양을 먹고 같은 활동을 해도 체중이 오르지 않으며, 기운이 없고 잠이 많은 모습을 보인다. 특히 식사 후 기운이 빠지고, 토하거나 설사를 자주 하며, 음식 냄새에 민감하지 않은 행동도 관찰된다. 간 기능이 미숙하면 단백질과 지방의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영양 흡수에도 문제가 생기며, 이로 인해 근육량이 줄고 골격 발달이 더디게 된다.

또한 구토, 식욕 부진, 복부 팽만, 무기력, 무표정, 탈수 증상이 반복되기도 하며, 심한 경우 간성 뇌병증으로 인해 멍한 상태, 비정상적인 걸음걸이, 실신, 방향감각 상실 같은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될 수 있다. 눈이나 입 안 점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도 간 기능 저하의 신호이며, 간 수치 이상이 있을 경우 혈액응고 장애로 인해 코피, 잇몸 출혈, 멍이 잘 드는 현상도 관찰된다.

특히 선천성 간 발육부전은 성장기 이전에 증상이 시작되므로, 이유식 이후 활동량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간식을 먹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에서 간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방치하면 간세포의 퇴행, 섬유화, 점진적 간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진단 방법

진단은 혈액 검사와 영상 진단을 함께 통해 이루어진다. 혈액검사에서는 일반적으로 간 효소(AST, ALT), 총 단백질, 알부민, 빌리루빈, 혈액 응고 수치, 암모니아, 총 담즙산 수치 등을 확인한다. 간이 정상보다 작고 기능이 떨어질 경우, 알부민과 총 단백질은 감소하고 암모니아와 담즙산 수치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담즙산 부하 검사는 간 기능 평가에 매우 민감한 검사로, 선천성 발육부전 진단에 활용된다.

초음파 검사는 간의 크기, 조직의 밀도, 혈류 흐름 등을 평가하는 데 핵심적인 영상 진단 방법이다. 발육부전 간은 크기가 작고, 엽 구조가 불분명하며, 간문맥이 작거나 변형되어 있는 모습이 관찰된다. 혈관성 이상이 의심되는 경우 도플러 초음파나 간문맥 CT, 간 정맥 조영 CT를 통해 미세혈관 이형성 여부를 추가로 확인한다.

진단을 위해 간 생검이 시행되기도 하며, 이는 조직 내 간세포의 수, 염증 반응, 섬유화 진행 여부 등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생검은 마취하에 이루어지며, 중등도 이상의 의심 사례에서 확진을 위한 방법으로 고려된다. 간 발육부전은 다른 대사성 간 질환, 감염성 간염, 간 낭종 등과 감별이 필요하다.

치료와 관리

선천성 간 발육부전은 구조적 이상으로 인해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주요 치료 방향은 간 기능을 보존하고 증상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가장 먼저 시행되는 것은 식이 조절이다. 고단백 식이는 암모니아 축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단백질이 적당히 조절된 간 기능 보조 처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간식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

약물 치료로는 간 보호제, 암모니아 저감제, 항산화 보조제 등이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우르소데옥시콜산, 실리마린, SAMe, 아연 등이 간세포 보호와 담즙 분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간성 뇌병증 예방을 위해 락툴로오스 같은 약물을 사용하며, 필요 시 항생제로 장내 세균 조절도 시행한다.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초음파를 통해 간 수치와 간 크기, 담즙산 수치를 추적 관찰하며, 상태에 따라 약물 용량과 식이 내용을 유동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간 기능이 급격히 저하될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하며, 수액 요법, 산소 공급, 간성 뇌병증 응급 처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생활 환경에서도 간을 보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환경 독소나 가공된 간식,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을 피하고, 꾸준한 산책과 심리적 안정을 유지해 전반적인 면역력과 신진대사를 보조해야 한다. 예방접종 시 간 독성이 있는 약물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항상 수의사와 상담 후 처치를 결정해야 한다.

간 발육부전은 드물지만 심각한 진행성 질환이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하고 식이와 약물로 적절히 관리할 경우 성장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으며, 보호자의 꾸준한 관심과 기록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 수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