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신경근육질환 ‘중증 근무력증(Myasthenia Gravis)’과 초기 행동 신호

쉽게 피곤해지는 강아지, 그 뒤에 감춰진 신경전달의 고장, 중증 근무력증

평소 산책을 좋아하던 강아지가 최근 들어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주저앉거나, 산책 후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면 단순한 노화 때문이라고 넘기기 쉽다. 특히 먹성도 좋고 외형상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피로감과 근력 저하가 반복되고, 매일 특정 시간 이후 활동이 급격히 줄거나, 계단을 오르기 싫어하며 걷다가 넘어지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그건 신경과 근육 사이의 연결에 이상이 생긴 신경근육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중증 근무력증(Myasthenia Gravis)은 강아지에게 드물게 나타나는 자가면역성 신경질환으로, 근육을 움직이게 해주는 신경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신 근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병이다. 이 질환은 처음에는 특정 근육에서만 문제가 나타나지만 점차 전신으로 퍼지며,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삼킴 장애, 폐렴, 호흡 부전 등 치명적인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호자가 강아지의 피로나 무기력을 단순한 컨디션 문제로 오해하고 지나치기 전에, 신경계의 문제를 먼저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 중증 근무력증은 조기 대응만 잘하면 일상 생활이 가능한 관리형 질환이기 때문에, 초기 징후를 빠르게 알아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증 근무력증이란 어떤 질병이며, 왜 발생하는가

Myasthenia Gravis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근육이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근육 세포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근력 저하가 발생하는 병이다. 구체적으로는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면역세포가 공격하여 수용체의 수를 줄이거나 기능을 막아버리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신경에서 근육으로 자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근육이 정상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게 된다. 사람의 경우 안검하수나 이중 시야 등 안면 근육에서 먼저 증상이 시작되지만, 강아지에게는 일반적으로 사지 근육, 식도 근육, 후두 근육에서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선천성 형태는 드물며, 대부분은 생후 수 개월부터 노령기에 이르기까지 후천적으로 발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개는 1세 이상에서 시작되며, 특정 품종에서 발병 위험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잭 러셀 테리어, 래브라도 리트리버, 골든 리트리버, 폭스 테리어, 스프링거 스패니엘, 아키타 등의 품종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 외에도 바이러스성 감염, 면역 체계 이상, 특정 약물 노출이나 심한 스트레스가 면역계에 영향을 주어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강아지에서는 흉선종이라는 종양이 발견되기도 하며, 이 경우 수술적 제거가 치료와 예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중증 근무력증은 특정 기관이나 유발 요인을 기준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용체의 기능이 손상되어 생긴다는 점에서 모든 증상의 중심은 '전달되지 못하는 신호'라는 점이다.

중증 근무력증 행동 속에서 드러나는 초기 근력 이상 신호들

이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쉽게 피로해지는 몸'이다. 보호자가 처음 알아차릴 수 있는 신호는 강아지가 평소 하던 활동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중간에 쉬거나 누워 버리는 모습이다. 산책을 나갔을 때 몇 분만에 앉거나, 계단 앞에서 머뭇거리며 오르지 않으려 하고, 점프를 하다가 미끄러지거나 중심을 잃고 자주 넘어진다면 이를 단순한 활력 저하로 보지 말고 신경계 이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중증 근무력증은 근육을 반복적으로 사용할수록 기능이 더 떨어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아침에는 괜찮다가 저녁이 되면 증상이 심해지거나, 짧은 시간 활동 후 급격히 무기력해지는 패턴이 자주 나타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증상은 식도 근육의 약화로 인해 발생하는 연하곤란이다. 사료를 삼키지 못하고 다시 토하거나, 먹은 직후 거품 섞인 토사물을 토하는 경우, 이물감 없이 사레가 자주 걸리는 듯한 모습이 반복된다면 식도 기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이 경우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므로 특히 위험하다. 후두 근육이 약화되면 짖는 소리나 울음소리가 약해지고, 갑작스럽게 목소리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더 진행된 경우에는 눈꺼풀이 내려오거나 얼굴 근육이 처지는 등의 외형적 변화도 나타날 수 있고, 보행 시 다리의 흔들림이 심해지며 서 있기도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악화된다. 이런 일련의 증상들은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되는 것을 반복할 수 있으나, 병 자체는 점진적으로 신경-근육 연결이 무너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보호자의 조기 인지가 핵심이다.

중증 근무력증 정확한 진단에는 전문 검사와 임상 판단이 함께 필요하다

중증 근무력증의 진단은 보호자의 관찰과 수의사의 신경학적 판단이 결합되어야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다. 단순한 혈액검사나 엑스레이 촬영만으로는 확진이 어렵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의심되는 경우에는 항아세틸콜린 수용체 항체 검사(AChR Ab test)가 시행된다. 이 검사를 통해 혈중에 해당 자가항체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면역매개성 근무력증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항체 수치가 낮게 나오거나, 일부 비정형적 사례에서는 항체가 없더라도 질환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진단은 항상 증상과 병력, 반응성 평가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임상적으로는 텐실론 테스트라고 불리는 약물 반응 검사도 사용된다. 이는 항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를 정맥 투여해 일시적으로 근력 회복 반응을 유도해보는 검사로, 급격하게 증상이 호전되면 근무력증 가능성을 높게 본다. 식도 기능 이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흉부 방사선 촬영을 통해 식도의 확장 여부나 흡인성 폐렴 동반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CT나 MRI를 통해 흉선종의 유무를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질환 자체가 희귀하고, 다양한 다른 질환들과 증상이 겹치기 때문에 진단에는 풍부한 임상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특히 다른 원인 없이 반복적인 피로, 삼킴 장애, 운동 후 무기력 증상이 있을 경우 진단의 우선순위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중증 근무력증 치료는 장기적 조절이며, 생활 리듬까지 관리해야 한다

중증 근무력증은 완치보다는 평생 조절을 목표로 하는 질환이다. 치료의 기본은 항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인 피리도스티그민을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투여하는 것이다. 이 약물은 신경전달물질의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근육에서의 수용 반응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다수의 환견에서 빠르게 호전 반응이 관찰된다. 그러나 복용량과 복용 간격을 정확하게 지켜야 하며, 과량 투여 시에는 위장 장애나 서맥, 호흡곤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면역 억제제인 프레드니솔론이나 사이클로스포린도 병용되며, 특히 항체 수치가 높은 개체일수록 면역 반응 조절이 치료 효과에 큰 영향을 준다. 흉선종이 동반된 경우에는 외과적 절제가 필요한데, 수술 후 증상이 급격히 호전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치료와 함께 일상 생활 속에서 근육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피로 누적을 방지하는 것이다. 하루 중 활동 시간을 짧고 자주 나누어 설정하고, 너무 많은 자극이나 긴 산책을 피해야 한다. 식사는 고개를 높이지 않고 편안하게 삼킬 수 있는 자세에서 주는 것이 좋고, 사료는 부드럽게 불려서 목 넘김이 수월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사료 섭취 후에는 바로 눕지 않도록 20~30분 정도 가볍게 앉은 자세를 유지하게 하는 것도 흡인 방지를 위한 중요한 습관이다. 추위나 더위 같은 환경 스트레스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계절별 온도 관리도 필수다. 이 질환을 앓는 강아지는 체력이 약한 상태이므로 예방접종, 미용, 목욕 등 모든 외부 자극은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안정된 루틴 속에서 생활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