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간은 침묵하지만, 단 한 번의 신호가 전신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아지에게서 가장 조용하게 문제를 일으키는 기관 중 하나는 바로 간이다. 특히 **간문맥단락증(Portosystemic Shunt, 이하 PSS)**이라는 질환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증상과 애매한 행동 변화로 인해 초기에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가 "조금 멍하네?", "입맛이 없다네?"라고 느끼는 가벼운 이상이 사실은 간 기능 이상으로 인한 전신 독소 축적의 결과일 수 있는 것이다. 간문맥단락증은 간으로 가야 할 혈액이 비정상적인 혈관 통로로 빠져나가면서 해독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구조적 기형이다. 특히 선천성 PSS는 생후 수개월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조기에 관리하지 않으면 간성혼수, 성장 지연,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질환에 대한 국내 보호자들의 인식은 매우 낮고, 포털에서도 정확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 이 글에서는 PSS의 구조적 원인, 주요 증상, 진단 절차, 관리 방법, 그리고 수술과 식이요법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처음 듣는 보호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자 한다.
강아지 간문맥단락증(PSS)이란 무엇인가 – 비정상적인 혈관이 만든 문제
간문맥단락증은 간으로 유입돼야 할 정맥혈이 비정상적인 통로를 통해 간을 우회하여 전신 순환계로 흘러 들어가는 질환이다. 간은 신체 내에서 독소를 해독하고 영양소를 대사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지만, PSS가 존재하면 간으로 유입되는 혈류량이 감소하여 해독되지 않은 독소가 그대로 뇌나 심장 등 주요 장기로 퍼지게 된다. 이로 인해 암모니아, 단쇄지방산, 아민류 같은 독성 물질이 혈류에 잔류하면서 **간성 뇌증(hepatic encephalopathy)**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천성 PSS는 보통 선천적 혈관 기형으로 인해 발생하며, 외부 단락(extrahepatic shunt) 또는 내부 단락(intrahepatic shunt)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외부 단락은 주로 소형견에서, 내부 단락은 대형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크셔테리어, 말티즈, 시추, 푸들과 같은 소형견 종에서 유전적으로 선천성 PSS 발병률이 높으며, 생후 6개월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구조적으로 간에 혈액이 충분히 흐르지 않기 때문에 간의 발달 자체가 저해되어 크기가 작고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강아지 간문맥단락증 증상은 모호하고 다양하게 나타나며, 행동 이상이 핵심 단서다
PSS의 증상은 간 기능 저하로 인한 전신 반응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고, 초기에 보호자가 증상을 놓치기 쉽다. 가장 흔한 증상은 식욕 부진, 구토, 설사, 성장 지연, 체중 증가 둔화, 무기력이며, 보호자는 종종 이런 증상을 “몸이 좀 약한가보다” 정도로 여기고 넘긴다. 그러나 PSS의 핵심적인 신호는 바로 간성 뇌증에서 비롯된 신경계 증상이다. 보호자는 강아지가 혼자 벽을 응시하거나, 원을 그리듯 뱅뱅 돌거나, 방향 감각을 잃고 휘청거리는 모습, 혹은 간헐적으로 멍한 상태가 되거나 발작처럼 경련을 일으키는 행동을 목격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밤에 유독 상태가 나빠지는 주기성 혼수 상태도 나타난다. 이는 식사 후 단백질 대사산물의 영향을 간이 처리하지 못하고 뇌로 전달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간 기능 저하로 인해 요로결석, 방광염, 탈모, 피부 건조, 안구건조증과 같은 이차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는 종종 다른 질환으로 오인된다. 결국 단순 소화불량, 피로로 보이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혈액검사와 함께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강아지 간문맥단락증 진단은 어떻게 진행되며, 어떤 검사로 확정할 수 있는가?
PSS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혈액 내 암모니아 수치와 간 효소 수치(AST, ALT, ALKP 등)를 확인하게 된다. 특히 공복 혈액 검사와 식후 2시간 후 혈중 담즙산(Bile Acid) 수치를 비교하는 담즙산 검사는 PSS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다. 정상 개체는 담즙산 수치 변화가 크지 않지만, PSS가 있는 강아지는 식후 담즙산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이외에도 전혈검사(CBC), 간기능 수치, 요검사, 초음파 검사, 복부 방사선을 통해 간 크기, 혈류 패턴을 확인하며, 간 초음파 도플러 검사나 CT 혈관조영술을 통해 최종 확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부 병원에서 MRI 및 3D 혈관지도 영상을 통해 단락의 정확한 위치와 유형을 파악하는 정밀 진단도 가능해졌다. 진단 과정에서 PSS는 다른 간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과 감별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험 많은 수의사가 있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증상이 모호한 경우에는 한 번의 검사로 진단이 어려우므로 두세 차례에 걸친 반복 검사와 행동 관찰이 병행되어야 한다.
강아지 간문맥단락증 치료와 관리 – 수술 vs 보존적 관리, 보호자의 선택이 중요하다
PSS 치료는 크게 수술적 치료와 보존적 치료(식이+약물) 두 가지로 나뉜다. 수술은 단락 혈관을 결찰하거나 점차 폐쇄하는 장치(아메로이드 컨스트릭터)를 삽입하는 방식이며, 성공률이 높고 장기 예후가 매우 좋다. 하지만 단락 위치에 따라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마취 위험이 큰 노령견이나 기저 질환이 있는 개체는 수술이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식이요법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보존적 치료를 선택한다. 식이요법은 저단백 사료(단백질 14% 이하) 위주로 구성하며, 단백질 원은 고품질 식물성 단백질이나 유청 단백질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고단백 육류 사료는 암모니아 수치를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하며, 레버 간식이나 생식은 절대 금물이다. 약물 치료로는 락툴로오스(lactulose) 시럽을 투여해 암모니아 흡수를 억제하며, 필요시 항생제를 사용해 장내 세균 수를 조절하기도 한다. 소화가 잘 되도록 소량씩 자주 급여하고, 수분 섭취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 보호자는 수의사와의 긴밀한 협력 하에 식단, 약물, 증상 변화를 매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아지 간문맥단락증 PSS는 조기에 발견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강아지의 선천성 간문맥단락증은 듣기에 복잡하고 어려운 질환처럼 느껴지지만, 조기 진단과 올바른 치료 계획이 수반된다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무엇보다 보호자는 단순한 행동 변화나 소화기 이상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평소와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반복될 경우 즉시 혈액검사와 정밀 검사를 받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PSS는 단지 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 비뇨기계, 내분비계 등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므로, 보호자의 무관심은 질병을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다. 반면, 올바른 식이요법과 꾸준한 치료, 세심한 관찰이 이어지면 PSS를 가지고도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례는 충분히 많다. 중요한 것은 '희귀한 병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태도가 아니라, '희귀하니까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다. 조기 대응은 생명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그 시작은 보호자의 정보력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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