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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희귀 질병

반려견 희귀 질환 ‘선천성 간문맥전신 단락(PSS)’의 증상과 관리법

성장이 느리고 멍한 행동이 계속된다면, 간으로 가야 할 혈액이 돌아가는 문제일 수 있다

어린 강아지가 사료를 잘 먹지 않거나 성장 속도가 또래에 비해 현저히 느릴 경우, 보호자는 식욕 문제나 유전적 체격 차이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멍한 표정을 짓거나, 방향감각이 떨어지며 갑자기 넋을 놓은 듯한 행동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체질이나 기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선천성 간문맥전신 단락은 간으로 유입되어야 할 혈액이 우회해 전신으로 직접 흘러들어가는 혈관 이상 질환으로, 간의 해독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체내 독소가 축적되고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까지 나타나게 되는 심각한 병리 상태다. 이 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증상이 비교적 애매하고 비특이적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 하지만 일상 속 사소한 변화와 행동 패턴의 이상을 정확히 인식하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발견이 가능하며,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반려견 희귀 질환 선천성 간문맥전신 단락 PSS 증상 관리법

선천성 간문맥전신 단락 질병의 원인

간문맥전신 단락은 간문맥이라는 주요 혈관에서 간을 통과하지 않고 전신 정맥으로 직접 연결되는 비정상적인 혈관이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정상적으로는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분과 노폐물을 포함한 혈액이 간으로 들어가 해독과 대사를 거친 뒤 전신으로 순환되지만, 이 병을 가진 강아지들은 혈액이 간을 우회하여 바로 정맥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그 결과 독소는 제거되지 않고 몸속에 그대로 남게 되며, 특히 암모니아 같은 질소 대사 노폐물이 뇌에 영향을 주어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이 질환은 선천적 형태가 대부분이며, 간외 단락과 간내 단락으로 나뉜다. 간외 단락은 보통 소형견에서 흔하며, 요크셔테리어, 말티즈, 시추, 푸들, 캐벌리어 킹찰스 스패니엘, 파피용 등에서 자주 나타난다. 반면 간내 단락은 대형견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형태로, 골든 리트리버, 저먼 셰퍼드, 아키타 등에서 보고된다. 간외 단락은 외과적 수술로 비교적 치료 가능성이 높은 반면, 간내 단락은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이 질환은 간 발달 자체의 이상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간이 작거나 기형일 수도 있다. 정확한 혈관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해야만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영상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천성 간문맥전신 단락 주요 증상

가장 눈에 띄는 초기 증상은 성장 지연과 식욕 부진이다. 강아지가 정상적인 사료를 먹고 있음에도 체중이 늘지 않고, 또래에 비해 작으며, 활동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단백 식사 후 멍해지거나, 혼란스러운 행동, 방향감각 상실, 눈 떨림, 불안정한 걸음걸이 등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간 기능 이상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다. 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암모니아가 뇌로 흘러들어가는 간성 뇌병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경련, 실신, 지남력 상실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일부 강아지는 낮보다 밤에 더 증상이 심해지는 야간성 행동 이상을 보이기도 한다. 잦은 구토, 침 흘림, 복부 팽만, 발작 후 무기력함 같은 증상도 나타날 수 있으며, 방광 결석이나 혈뇨도 동반될 수 있다. 이 외에도 간 기능 저하로 인한 황달, 설사, 빈혈, 체온 저하 등이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대부분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정확히 짚기 어렵다.

반려견이 유독 똑같은 양의 사료를 먹고도 자주 구토하거나, 식사 후 무기력해지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혈액 내 독소 처리 기능이 떨어진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간기능이 더 저하되고, 점차 회복 불가능한 간경화로 진행될 수 있다.

선천성 간문맥전신 단락 진단 방법

선천성 간문맥전신 단락은 여러 가지 검사를 종합해 진단하게 된다. 가장 기본은 혈액검사이며, 이때 간효소 수치뿐 아니라 암모니아 수치, 총 단백질, 알부민 수치, 요산염, 총 콜레스테롤 등이 함께 평가된다. 특히 암모니아가 기준치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면서 단백질 수치가 낮다면 간 해독 기능 저하를 강하게 의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검사는 담즙산 검사이다. 공복과 식후 2시간 후 혈액 내 담즙산 수치를 비교함으로써 간의 담즙대사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이며, 선천성 단락이 있는 경우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이게 된다. 영상 진단은 초음파나 CT 촬영이 활용되며, 이 중에서도 간문맥 조영 CT는 간문맥계와 전신 혈관계를 동시에 보여줘 단락 혈관의 위치와 구조를 정확히 확인하는 데 필수적이다.

혈액검사와 영상검사 외에도 소변 검사, 간 크기 확인, 복부 촉진 등을 통해 간 기능의 전반적인 상태를 확인하며, 간내 단락인지 간외 단락인지 구분하는 것은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정보가 된다.

정확한 진단이 내려졌다면, 즉시 식이 조절과 약물 치료를 시작해 간성 뇌병증과 대사 이상을 조절하고, 필요에 따라 외과적 단락 폐쇄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선천성 간문맥전신 단락 치료와 관리

선천성 간문맥전신 단락의 치료는 수술 여부에 따라 크게 나뉜다. 간외 단락이 확인된 경우 수술을 통해 비정상 혈관을 점진적으로 폐쇄함으로써 간으로의 혈류를 회복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수술법은 아메로이드 컨스트릭터를 이용한 점진적 폐쇄술이며, 혈류를 갑자기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조절함으로써 간에 무리를 주지 않게 한다.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약물과 식이 조절을 통한 보존적 관리가 이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단백 식이이며, 단백질 함량을 줄여 암모니아 생산을 최소화하고, 체내 대사 독소의 양을 감소시킨다. 동시에 암모니아 제거를 돕는 락툴로오스 같은 대장 작용제를 사용하고, 간 보호제와 간 기능 개선 약물을 병행한다.

항생제를 사용해 장내 암모니아 생성 균을 조절하는 경우도 있으며, 빈혈이나 전해질 이상이 있을 경우 보조제나 수액 치료를 통해 보완한다. 이 외에도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간 기능 모니터링, 담즙산 수치 추적이 필수이며, 간성 뇌병증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선천성 간문맥전신 단락은 관리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를 통해 상당수의 개체가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다. 특히 수술로 회복이 가능한 경우에는 예후가 매우 좋은 편이며, 보호자의 꾸준한 관찰과 관리가 치료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