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희귀 질병

반려견 희귀 질환 ‘선천성 혈우병’의 증상과 출혈 관리

gerrard93 2025. 7. 23. 08:56

평범한 상처가 멈추지 않는 출혈로 이어진다면

강아지가 가볍게 넘어지거나 살짝 긁혔을 뿐인데도 멍이 쉽게 들고 피가 오래도록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히 피부가 약한 게 아니다. 보호자들은 흔히 그런 반응을 개의 성격이나 체질로 치부하곤 하지만, 사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혈액 응고 체계의 문제일 수 있다. 이 경우 ‘선천성 혈우병’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질환은 혈액 내에서 응고를 담당하는 특정 인자가 태어날 때부터 부족하거나 완전히 결핍된 상태로, 사소한 부상조차도 심각한 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외부 상처만이 문제가 아니다. 내부 장기, 관절, 근육 안에서의 출혈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이 희귀질환은 보호자의 인식과 관리가 우리 반려견의 생명을 지키는 핵심이 된다.

반려견 질환 선천성 혈우병 증상

유전자가 만든 고요한 위험

선천성 혈우병은 대부분 유전적인 이유로 발생한다. 특정 응고 인자, 특히 ‘혈우병 A’에서의 제8응고인자(Factor VIII), 그리고 ‘혈우병 B’에서의 제9응고인자(Factor IX)가 선천적으로 결핍되어 있는 상태다. 이 인자들은 혈액 응고 과정에서 사슬처럼 작동하는 일련의 반응의 일부인데, 이 중 하나라도 누락되면 응고 속도는 급격히 느려지거나 멈춰버린다. 이런 결함은 주로 X 염색체에 위치해 있어서 수컷 강아지에서 훨씬 더 자주 발견된다. 암컷은 보통 유전자 보인자로만 남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증상을 보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혈우병은 특정 품종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고되는데, 골든 리트리버, 저먼 셰퍼드, 킹 찰스 스패니얼, 라브라도 리트리버 등 중대형견에서의 발병률이 높다. 하지만 소형견에서도 드물게 나타나며, 유전적 계보에서 응고 인자의 돌연변이가 존재한다면 어떤 품종에서도 발생 가능하다. 문제는 이 질환이 외형상 전혀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강아지가 자라는 동안 보호자가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출혈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무런 경고도 없기 때문에, 초기에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증상들

혈우병은 응고 이상이라는 본질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외상 후 출혈이 멎지 않는 것은 가장 뚜렷한 징후 중 하나다. 이를테면 발톱을 깎을 때 조금만 깊게 잘라도 멈추지 않는 피를 흘리거나, 입 안을 조금 다친 것만으로도 침에 섞여 나오는 피가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내부 출혈로 인해 증상이 더 조용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나타난다.

관절 출혈은 보호자가 쉽게 놓치기 쉬운 대표적인 증상이다. 갑자기 절뚝이거나 다리를 들고 걷는 모습, 특정 관절을 만질 때 불편해하는 행동은 단순한 삠이나 타박상으로 오해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관절강 내부에 출혈이 생기면서 부종과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반복되면 관절 손상으로 이어진다. 복부 출혈이 발생하면 복부 팽만, 식욕 저하, 구토,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호흡이 거칠어지고 잇몸이 창백해지기도 한다.

또한 잇몸 출혈이나 코피, 소변 혹은 대변에서 혈액이 보이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빈혈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어린 강아지일수록 혈액 손실에 취약해 빠르게 악화되기 때문에, 보호자는 이런 사소한 변화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진단을 위한 조심스러운 접근

혈우병의 진단은 단순한 출혈 검사로는 어렵고, 혈액 내 응고 시간과 응고 인자의 수치의 정밀 측정이 요구된다. 가장 먼저 시행되는 검사는 응고 시간(PT, aPTT) 측정이다. 이 수치가 정상보다 길게 나오면 응고 체계에 이상이 있다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이후 구체적인 인자 검사, 즉 제8인자나 제9인자의 활성도 검사를 통해 어떤 유형의 혈우병인지 구분하게 된다.

이러한 검사는 전문 수의과 대학 병원이나 대형 동물병원에서만 가능하며, 보통은 잦은 출혈 이력이나 가족력, 특정 품종 등의 배경이 있을 경우 진행된다. 영상 검사는 관절 출혈이나 복부 출혈이 의심될 때 활용되며, 관절 부위의 염증이나 부종을 확인하거나, 복부 내 출혈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유전자 검사로 보인자 여부나 돌연변이 유무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번식 목적의 개체에서는 유전병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해당 검사가 권장된다. 치료 방법은 질환을 완치하는 방향보다는, 출혈 상황을 통제하고 출혈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데 집중된다.

출혈 관리와 생활 속 조절 전략

현재로서는 혈우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없지만, 출혈 상황을 조절하고 응급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법은 다양하다. 출혈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혈액응고 인자 제제를 수혈하거나, 응급 수액, 진통제, 항생제를 함께 사용하는 대증요법이 시행된다. 인자가 풍부한 신선동결혈장(FFP)이나 냉동 침전물(Cryoprecipitate)을 주입함으로써 응고 체계를 일시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예방적 접근이 훨씬 중요하다. 관절이나 복부, 입 안 등 외상을 입기 쉬운 부위는 항상 신경 써야 하고, 발톱을 너무 짧게 깎거나, 치석 제거 등 출혈이 예상되는 시술은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 후에 시행해야 한다. 장난이 심하거나 과격한 놀이를 자주 하는 강아지라면, 놀이 공간을 안전하게, 미끄러운 바닥이나 모서리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식이 조절도 도움이 된다. 간 기능을 보호하고, 혈액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처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철분이 부족해지기 쉬운 혈우병 환자에게는 철분 보조제나 비타민 K 등의 복합영양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소 보호자는 강아지의 몸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며, 작은 상처 하나라도 그냥 넘기지 말고 변화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강아지의 삶은 조심스럽지만, 충분히 안정적일 수 있다. 정기적인 검사와 꾸준한 생활 관리, 출혈 상황에 대한 빠른 대처 능력만 갖춰진다면, 이 질환을 가진 아이도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 보호자의 섬세한 관찰과 예방 중심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